한대에 1억5천만원에 판매되는 KBS의 촬영용 드론.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대에 1억5천만원에 판매되는 KBS의 촬영용 드론.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제31회 국제 방송미디어 전시회(KOBA 2023)가 지난 5월 16일부터 4일간 코엑스에서 개막되었다. 스마트폰이 전통적인 디지털카메라를 대체하고, 유튜브 등 1인 방송이 지상파와 종편을 대체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팬데믹 시대는 일하는 곳이 사무실이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파괴시켰고, 직원들은 이제 메타버스로 대변되는 가상의 공간에서 모여 다양한 영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이글에서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일상 속으로 파고든 영상 솔루션에 대하여 살펴본다.

미디어 전시회에 나타난 가장 큰 흐름은 AI와 로보틱스가 방송과 영화에 적극 도입된다는 점과 영상솔루션이 자연스럽게 업무에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이제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는 업무용 콘텐츠와 솔루션에서 누구나 배우가 되고 제작자가 된다. 

말하는 화자를 자동으로 추적하는 인공지능 카메라.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말하는 화자를 자동으로 추적하는 인공지능 카메라.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오래전 아바타의 목소리를 생성하는데 널리 활용되었다. 구글의 ‘텍스트 to 스피치’등은 그동안 많은 유튜버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 인공지능이 구사하는 AI윤석열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중국어를 대통령의 목소리로 완벽하게 구현해낸다. 미국 대통령의 딮페이크 영상은 일반인이 구별하기 너무 어려워서 혼란을 주었고, AI가 합성한 펜타곤 화재 영상은 지난 5월 22일 미국 주가를 출렁이게 만들었다.

전통적인 통신기업 KT는 더 나아가 ‘AI보이스 스튜디오’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빠비앙(Pabian Yoon)은 필자가 프랑스독립기념일 행사에 만났던 프랑스인데 한국어, 프랑스어,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아랍어, 이탈리아를 원어민처럼 구사한다. 린디(Lidie Botes)는 남아공 출신으로 한국어를 포함한 15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두사람은 모두 유튜버 구독자만 30만명 이상 보유한 다국어 구사 분야의 지존이다. 필자도 50여개국에 체류하며 10개국어 이상을 배웠지만 두사람보다 유창함이 다소 떨어진다.

그런데, 빠비앙의 AI버전은 몇가지 예문만을 듣고는 5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 AI는 오랜 시간을 외국어 학습에 투자한 빠비앙을 후회하게 만들 수 있다. 빠비앙은 영상에서 한국어로 "안 촉촉한 초코칩"을 읽는 것을 헤맨다. 그렇지만 AI는 "안 촉촉한 초코칩 나라에 살던 안 촉촉한 초코칩이 촉촉한 초코칩 나라의 촉촉한 초코칩을 보고”라는 문장을 빠르고 인간 빠비앙의 목소리로 정확하게 말한다. 관련 유튜브 영상은 공개 2주만에 이미 300만 조회를 돌파했다.

이와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이 창출한 가상유튜버(Virtaul Youtuber)들은 점차 확대된다. 영화 ‘아바타-물의길’에 출연한 배우들은 얼굴에 검은점처럼 생긴 센서들을 부착하고 표정연기를 했고, 센서가 부착된 옷을 입은 후 허공에서 수영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센서들이 취합한 다양한 정보들은 가상의 배우가 물속에서 잠수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지난 주 업무차 강남에서 VFX작업을 수행하는 시각적 특수효과 회사를 찾았다. 렌더팜이라고도 불리는 특수효과 회사는 촬영이 불가능하거나, 위험하거나 돈이 너무 많이 드는 특수한 영상들을 인공지능으로 가볍게 처리한다.

다양한 렌더팜에서는 모델링된 이미지에 조명효과나 그림자를 넣거나, 사실에 가까운 질감을 영화에 더한다. 수백대의 서버가 네트웍으로 연결되어 동시에 작업하는 렌더링머신은 방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실제 현실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의 놀랄만한 결과물을 창출한다.

다수의 제작자들이 3D 모델링 소프트웨어인 블렌더(Blender), 시네마 4D(Cinema 4D), 마야(Maya) 등으로 아바타 모델을 매우 빠르게 생성해내고, 창조된 가상 모델은 유튜버들이 OBS 스튜디오나 엑스스필릿(Xsplit)으로 실시간으로 송출된다.

발달하는 로보틱스 기술도 방송과 미디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카메라 감독들은 스튜디오에 있던 여러 진행자와 객석을 바쁘게 찾아다녔다. 하지만 최근의 로보틱스 기술은 화자를 자동으로 찾아 카메라 각도를 돌리고 렌즈를 돌려 초점을 자동으로 맞춘다.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영화를 촬영하던 기술은 로봇공학에 역으로 활용된다. 일론 머스크는 사람의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다양한 작업을 진행한 후 관련 동작을 로봇에 이식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사람의 몸에 장착된 센서를 통하여 일하는 방법을 배운 새로운 형태의 협동로봇은 2,000만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제 아바타 영상기술은 화면 속에서 탈출하여, 태권V나 영화 ‘스틸’처럼 현실세계의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점점 핏치가 작아지는 LED기술은 LED패널로 구현된 가상의 스튜디오에 배우를 직접 올려놓고 자연스러운 배경에서 생중계를 진행한다. 과거 일기예보를 담당하던 기상캐스터는 녹색이나 청색의 천 앞에서 한국지도를 예상하며 방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현재는 LED로 구현된 가상공간에 들어가 정확하게 일기예보를 진행한다.

기존의 방송 스튜디오는 5면이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졌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이 최근 파주에 시공한 LED 가상스튜디오는 5면이 모두 LED패널로 덮여있다. 코엑스에 설치된 초대형 LED전광판은 가끔씩 10차선 도로에 엄청난 양의 물을 쏟아붇는 영상을 송출하여 거리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필자도 여러 전시회에서 다양한 LED월을 설치했는데, 가로 3m, 세로 1.5m 정도의 고화질 전광판은 1,200만원 정도로 가격이 떨어져 점차 많은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를 위한 소형스튜디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온라인 판매를 위한 소형스튜디오.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는 배우뿐만 아니라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작은 소품들도 초소형 스튜디오의 주인공이 되도록 만들었다. 기존의 상품들은 단지 진열대에 전시되었지만 이제는 가상스튜디오에서 먼저 그 자태를 뽐내고 상품DB에 먼저 등장한다. 다수의 여행프로그램에서 드론을 활용한 항공촬영은 이제 필수가 되었다. KBS에서 즐겨 사용하는 촬영용 드론은 1대에 1억5천만원의 높은 가격을 자랑하기도 한다. 한편 수많은 드론은 넓은 하늘을 도화지 삼아 다양한 영상을 허공에 그려낸다.

AI가 창작한 미디어를 전달받는 방식에서 무선 블루투스 이어폰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다수의 사람들이 헤드마운트 장비들을 실제로 착용한 후 VR롤러코스트를 타면 극심한 디지털멀미를 겪게 된다. 필자도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 장비를 자주 사용하는데 가동시 디지털멀미에 대한 사전 경고문을 볼 수 있었다. 헤드마운팅 장비들이 주춤하는 사이 삼성의 버즈와 애플의 에어팟은 청소년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장비가 되었다. 필자는 전시회에서 독일의 젠하이저가 만든 유선이어폰은 70만원 이상, 일본의 오디오테크니카가 만든 무선 이어폰은 30만원 이상의 비싼 가격에 판매됨에도 사용자층을 넓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고급 블루투스 이어폰의 성능을 측정하는 전자귀.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고급 블루투스 이어폰의 성능을 측정하는 전자귀.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한편 전문적인 블루투스 이어폰 업체들은 전자귀를 사용하여 배터리의 지속시간, 블루투스 네트웍에서 통신 지연시간 등을 꼼꼼하게 측정하고 있었다. 필자는 업무상 화성의 교통안전공단을 방문했는데 안전도를 측정하기 위한 더미인형은 1억원에서 3억원에 거래되었다. 소비자의 만족도와 오디오 성능측정을 위한 전자귀는 사람의 귀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약4,000만원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영상을 저장하고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스토리지들도 전시회에 선보였다. 퀀텀에서 출시한 스토리지는 아마존의 AWS가 사용하는 S3프로토콜을 활용하여 오브젝트 형태로 미디어를 저장하는데 저장공간은 10페타바이트(PB)를 넘어섰다. 이는 고화질 영화를 2,500,000편 이상 저장할 수 있는 용량으로 전세계 개봉영화 100,000편을 모두 담기에 충분하다. IBM은 다소 저렴한 저장장치를 선보였고, 중국의 화웨이는 저렴하면서도 외관이 화려한 플래쉬 스토리지를 전시했다. 스토리지를 관리하는 SW도 직관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점차 정교해진다.

방대한 방송데이터를 저장하는 화웨이의 스토리지.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방대한 방송데이터를 저장하는 화웨이의 스토리지.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다수의 클라우드 서비스회사들은 충분한 물리적 서버를 보유하지 않고도 아마존 AWS를 활용한 가상하드를 제공한다. 관련 서비스는 월30만원에 무제한 사용자계정을 지원할 정도로 저렴해졌다. 클라우드 드라이버는 특수효과 회사들이 3차원 렌더링을 진행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네트웍 속도의 비약적인 향상은 무거운 영상이 가상공간에 손쉽게 저장되도록 돕는다. 원격의 저렴한 저장공간은 이미 메타버스에서의 협동작업과 의견공유, 화상회의, 회의록작성을 더욱 용이하게 만든다.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과 자연어처리 기술은 키오스크나 휴대폰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영화에서 보던 가상캐릭터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주문을 처리하는 방식을 보편화시킬 것이다. 진화하는 영상과 미디어기술들은 상업광고의 호소력을 높여줄 것이며 영화나 드라마 관람자, 원격근무자들에게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