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의 쿠라이스 유전 시설. 사진=아람코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의 쿠라이스 유전 시설. 사진=아람코 

[이코리아] 국제유가가 주말 예정된 산유국(OPEC) 회의를 앞두고 이틀째 하락 마감했다.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고, 추가 감산 가능성이 수그러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37달러(1.97%) 하락한 배럴당 68달러 9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이틀 연속 하락했고, 이 기간 하락률은 6.30%에 달한다. 5월 한 달 동안 유가는 11.32% 하락해 지난해 9월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물가 때문에 유류세 인하를 연장한 한국으로선 국제 유가가 내릴수록 '고물가' 부담이 덜게 된다. 한국이 주로 수입해오는 두바이유 시세는 에너지 수입액, 무역수지와도 직결된다.

국제유가 하락은 크게 △중국 리오프닝 기대 무산 △OPEC플러스(+) 분열△이란·미국 핵 협상 복원△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인상 등 4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우선 중국의 경제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올해 전 세계 원유 증가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중국의 원유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8.8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49.7)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월의 49.2보다 낮은 수치다. 제조업 PMI는 2개월 연속 업황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 

앞서 국제유가는 지난 3월 중순 미국 은행 뱅크런 이슈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대되며 박스권을 이탈하며 60달러 대까지 하락했으나, 4월 초 OPEC+의 깜짝 감산 발표로 70~80달러 대 박스권으로 재 진입했다. 

2021년부터 시작한 이란 '핵 합의' 복원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고농도 우라늄 입자 발견과 관련한 조사를 종결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는 향후 이란 핵 합의 복원 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였다.

이란 핵 합의가 복원되면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이 커 이란의 원유 수출도 재개될 수 있다. 즉, 글로벌 원유 공급량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 연준의 추가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기가 더욱 악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질 경우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것이다. 

지난달 3일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다. 

연준의 추가금리인상에다 경기위축에 따른 원유수요 감소 우려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이 휘발유 재고가 시장 예상과 달리 174만 배럴 늘어났다는 소식도 유가하락의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오는 6월 4일 예정된 OPEC과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 산유국 회의도 주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HSBC 분석가들은 OPEC+가 이번 회의에서 추가 감산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부총리를 포함한 러시아 석유 관계자들과 소식통들은 세계 3위의 산유국인 러시아가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다만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OPEC+가 추가 감산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OANDA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크레이그 에를람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무역업자들을 긴장시키고 싶어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언급을 하고 끝까지 따르지 않는 것은 약한 것으로 인식되어 가격이 다시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반면 유가는 장기적으로 수요증가 요인들이 많아지면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난 4월초 골드만삭스는 연말 브렌트유 예상 가격을 95달러, 내년 말 가격은 100달러로 각각 상향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16일 보고서를 통해 "향후 국제 유가는 중국 수요 회복 등 상방 압력이 다소 우세한 가운데 높은 변동성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보고서를 통해 "주요 선진국 경기가 둔화될 것이고 금융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가의 추세적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원유 수요의 비탄력성, 미국 드라이빙 시즌의 수요 증가 감안 시 공급 측 가격 결정력이 높을 듯하다. 하반기 WTI 가격 밴드는 배럴당 60~ 85 달러 수준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 연구위원은 1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연초 연구원의 전망보고서에서 경기침체 우려로 상반기는 유가 하락국면, 하반기부터 OPEC+ 감산과 EU의 러시아 석유 금수로 초과 수요가 발생해 다시 유가 상승 국면이라는 시장 컨센서스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번 주 OPEC+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시장에 감산합의 메시지를 주면 다시 하반기 초과수요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서 70달러 후반에서 80달러 초반으로 유가가 상승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올해 국제 유가는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석유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거나 미국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경우 추가 상승 또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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