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외국인 투자자 4대 은행지주 순매도량.(단위: 억 원) 자료=한국거래소
5월 외국인 투자자 4대 은행지주 순매도량.(단위: 억 원)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외국인 투자자들이 ‘바이코리아’(Buy Korea)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유독 은행주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자마진 축소, 은행위기 여파, 정부의 경쟁촉진 정책 등 악재가 겹친 은행주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 속에 좀처럼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5월 한 달동안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주식을 2865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한금융(1525억원)을 가장 많이 매도했으며, 그 뒤는 하나금융(646억원), KB금융(519억원), 우리금융(174억원) 등의 순이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4조6392억원을 순매수하며 ‘바이코리아’ 행진을 계속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은행주 주가도 코스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코스피는 ‘바이코리아’의 영향으로 지난달 2일 2524.39에서 31일 2577.12로 한 달간 53포인트(2.1%) 상승했다. 반면, KB금융 주가는 지난달 2일 4만9500원에서 31일 4만8000원으로 1500원(-3.0%) 하락했으며, 하나금융(-2.2%). 신한금융(-1.1%) 등도 주가가 소폭 하락했다. 우리금융만 1만1720원에서 1만1980원으로 260원(2.2%) 상승했다.

올해 초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한 주주환원 제고 캠페인과 각 은행지주사의 주주환원정책 발표 등으로 강세를 보였던 은행주는 3월 들어 미국발 은행위기의 영향으로 주춤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대환대출 플랫폼 운영 등 은행권 경쟁촉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 이자마진까지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 평균은 지난 2월 1.36%포인트에서 4월 1.15%포인트로 0.21%포인트 감소했다. 

강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금리는 신규 취급 금리가 5개월 연속 하락한 영향에 의해 잔액 금리가 상승을 멈추고 전월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수신금리는 2022년 12월 이후 신규 취급 금리가 대출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락했으나 기존의 고리 조달 부담에 의해 잔액 금리는 여전히 상승을 나타냈다”며 “이에 따라 은행업종 예대금리차(NIS)가 상반기 중 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4월에 실현됐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잔액 수신금리도 2분기 중 하락 전환될 전망이나, 대출금리 하락 속도를 고려할 때 예대스프레드는 당분간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열린 제10차 정례회의에서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의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 수준을 현재의 0%에서 1%로 상향하기로 의결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급증한 여신의 부실화 위험을 대비하려는 조치이지만, 자칫 은행지주사의 주주환원 움직임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최근의 은행주 부진에는 과도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은행 이익 체력 수준에서 충분히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비은행권의 부동산 PF, 중저신용자 대출 등 건전성 이슈가 은행권으로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평균 PBR 0.3배 수준의 주가는 이미 과도한 우려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구원은 이어 “경기대응 완충자본은 이미 2016 년 제도 도입 이후 은행들이 최대 적립 수준인 2.5%를 고려하여 자본비율을 관리했다는 점에서 이번 1% 부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역시 주주 환원에 미치는 영향은 다소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은행주의 반등 전망에 대해서는 증권가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은행업종의 핵심은 높아진 불확실성 속에서 추가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황을 고려했을 때 안정적으로 실적을 방어하고 연초 제시한 주주 환원 정책을 계획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여부가 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은행 실적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은행부문에서 이를 상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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