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의 크기와 체내 축적량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 (왼쪽부터) 정진영 책임연구원, 심유경 학생연구원.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세플라스틱의 크기와 체내 축적량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진. (왼쪽부터) 정진영 책임연구원, 심유경 학생연구원. 사진=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코리아] 국내 연구진이 미세플라스틱의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 축적이 증가하며, 이로 인해 독성 또한 강화되어 심장 기형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바료했다.

31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환경질환연구센터 정진영 박사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과 발암물질이 결합해 복합적인 독성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에 더 많이 축적되어 더 큰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며 “향후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을 밝히고 이를 관리하는 방안 마련에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필요 때문에 의도적으로 만들거나 환경에 유입된 플라스틱 폐기물이 풍화작용을 거쳐 만들어진다. 5㎜ 미만의 작은 크기로 인해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강이나 바다로 그대로 흘러 들어가 환경을 파괴한다. 또 이를 먹이로 오인해 섭취한 물고기를 다시 인간이 섭취하여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기 오염물질과 흡착하는 특성이 있어 복합 독성에 의한 위험성을 품고 있다. 

연구팀은 제브라피시와 발암물질의 하나인 벤조안트라센(benzoanthracene, 이하 BaA)을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의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 축적이 증가하며, 이로 인한 독성도 강화되어 심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0.2, 1.0, 10마이크로미터(㎛)의 미세플라스틱과 BaA를 제브라피시에 노출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의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심장 기형 등 BaA의 독성 영향이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에 흡착된 BaA는 플라스틱의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 축적이 많아진다”며 “체내 축적량이 많아지면 심장 독성을 유발하는 유전자 CYP1A의 발현을 증가시켜 혈관 생성 저해와 심장 기형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연구책임자인 정진영 박사는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과 유기 오염물질의 흡착에 의한 체내 축적 및 복합 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향후 이와 관련한 심도 있는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4월 19일 환경과학 전문저널인 '케모스피어(Chemosphere)'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그렇다면 미세플라스틱 관련 국제사회와 한국의 규제 상황은 어떨까.

지난해 2월 28일~3월 2일 개최된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5)에 참석한 175개국은 오는 2024년 말까지 플라스틱 전 수명 주기를 다루는 구속력 있는 최초의 국제협약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플라스틱 생산량과 폐기물 배출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난 반면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고, 플라스틱 생산과정에서의 화석연료 사용과 비체계적 폐기물 처리로 인해 환경문제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2019년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과정 전반에서 약 18억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고, 이 중 90%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생산 및 전환 과정에서 발생했다. 특히 플라스틱은 해양폐기물의 80%를 차지하는데,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6년 연 900만~1,400만톤(t)에서 2040년 연 2,300만~3,700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규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7개국(G7)과 주요20개국(G20)은 주로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에 주목하고 있으며, 세계무역기구(WTO)는 플라스틱의 자원 순환성을 높이기 위한 무역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역내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국제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그간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에 있어 수출이나 매립에 의존하던 미국은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관련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국내 재활용률을 높이고자 한다. 

중국은 2017년 폐기물 수입을 금지한 이후 국내 재활용 시장을 활성화하고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일련의 조치를 마련하였으며, 아세안은 해양폐기물 문제에 관한 역내 공동의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제정될 플라스틱 국제협약은 플라스틱이 생산·소비·처분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데 영 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바, 우리도 협상 전개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국제사회의 탈플라스틱 기조 에 다각도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도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 등을 토대로 플라스틱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고품질 재활용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미세플라스틱 다부처 협의체’가 출범했다. 다부처 협의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등 8개 관계부처가 참여했다. 

앞서 세정제, 세탁세제 등 관련 제품의 성능개선을 위해 쓰이는 ‘의도적 미세플라스틱’은 지난 2021년 1월 1일 이후로 사용이 금지된 바 있다.

하지만 ‘비의도적 미세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의 제조부터 사용, 폐기에 이르는 전 주기에 걸쳐 발생해 환경에 유입되는 만큼 강이나 바다 등 여러 환경매체에 분포된 정확한 양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아직 국제적으로 신뢰성과 통일성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다부처 협의체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통합 대응과 과학기술 정책의 유기적 연계를 목표로 한다. 다부처 협의체는 정책 분과위원회와 연구개발(R&D) 분과위원회로 구성된다.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한 부처별 성과 공유와 정책 반영 방안 마련 등 다양한 안건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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