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이코리아] 스마트폰을 이용해 기존애 받은 신용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오늘(31일)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늘리기 위한 조치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대출비교 플랫폼 및 주요 금융사 앱(App)을 통해 여러 금융사의 대출조건을 비교해보고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대출을 갈아타려면 금융사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했지만, 대환대출 플랫폼을 이용하면 비대면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간편하게 더 유리한 조건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 스마트폰에 대출비교 플랫폼이나 금융사의 모바일 앱을 설치한 뒤 옮겨가고 싶은 새 금융사에 대출을 신청하면, 기존 대출은 금융결제원의 대출이동시스템을 통해 전산적으로 새 금융사로 옮겨지는 방식이다. 

대환대출 플랫폼에는 은행 19개 전체, 저축은행 18개, 카드사 7개, 캐피탈사 9개 등 총 53개 금융사와,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대출비교 플랫폼 23곳이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은행 영업시간인 매 영업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횟수의 제한은 없다. 다만,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대출은 대출계약을 실행한 지 6개월이 지난 뒤부터 시스템을 이용해 갈아탈 수 있다. 스마트폰 이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 등도 주요 은행 등의  영업점에 방문해 대출 갈아타기를 신청할 수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고금리로 인한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경감시키고 과점화된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조치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국민의 이자부담을 줄이고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을 지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고금리 대출 차주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이동하는 한편, 2금융권 고신용자가 1금융권 중금리 상품으로 이동하는 등 이자경감 혜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은 금융사간 경쟁 촉진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대출금리가 하락해 대출을 갈아타지 않은 소비자도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출비교 플랫폼 앱에서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자료=금융위원회
대출비교 플랫폼 앱에서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자료=금융위원회

다만 대환대출 플랫폼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금융사와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대출 비교 플랫폼의 대환대출 서비스 성공을 위한 고려사항’ 보고서에서 “대출비교 플랫폼 상의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를 통한 탐색 비용의 감소가 실제 이자율을 낮추는 데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금융기관과 소비자들이 플랫폼에 참여해야 한다”며 “플랫폼이 구축되었을지라도 많은 금융기관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해당 플랫폼을 찾지 않을 것이다. 또한 많은 소비자들이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으면 각 금융기관에 부여되는 경쟁압력이 크지 않아 대출 이자율을  인하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환대출 플랫폼에는 53개 금융사와 23개 대출비교 플랫폼이 참여 중이다. 하지만 모든 플랫폼이 모든 금융사와 제휴를 맺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플랫폼마다 비교할 수 있는 대출상품의 종류가 각자 다르다. 당장 오늘부터는 5대 시중은행 및 2금융권 일부 금융사가 1개 이상의 플랫폼과 제휴해 대환대출 상품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개의 플랫폼을 설치해 대출조건을 비교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게다가 기존 대출을 유리한 조건으로 갈아타려면 여러 개의 플랫폼 앱을 설치해 조건을 비교해본 뒤, 갈아탈 금융사의 앱도 설치해 계약을 완료해야 하는 만큼 불편함이 가중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플랫폼별 제휴 금융사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소비자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면 각 플랫폼의 제휴사 증가 속도는 예상보다 느려질 수도 있다.

게다가 취급할 수 있는 대환대출 한도도 제한적이다. 금융위는 금융사가 대환대출 서비스를 통해 신규 유치할 수 있는 신용대출 규모를 전년도 신규 신용대출 취급액의 10% 또는 4000억원 중 적은 금액으로 정했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의 아직 대환대출 플랫폼의 취급 대상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을 12월에 출시하는 한편 대환대출 취급 동향을 지켜보며 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해간다는 입장이지만, 총량이 한정적인 만큼 금융사의 적극성인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 수수료 등의 추가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플랫폼 운영 초반에는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빅테크 위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의 경우 상당한 규모의 충성도 높은 기존 사용자층을 보유한 반면, 중소 핀테크사의 경우 대형 금융사와 제휴를 맺는 것이 빅테크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워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떄문이다. 만약 소수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된다면 수수료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정 연구위원은 “양면시장의 특성상 플랫폼이 일정 규모에 도달한 이후에는 시장지배력을 갖게 되고 이는 곧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환대출 서비스의 도입이 실제 소비자들의 후생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수료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 “현재 대출 비교 플랫폼 시장은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3사의 점유율이 압도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 대출시장 기준으로 보면 이들 3사의 대출 중개 점유율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앞으로 대출 비교 플랫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플랫폼간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는지는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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