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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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아세안(ASEAN)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 전기차의 점유율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이 지역 친환경차 시장이 연평균 두 자릿수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세안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세안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산 전기차의 비중은 지난 2019년 43.2%에서 2021년 8.2%로 급감했다. 

불과 2년 사이 5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수입액으로 따져도 약 5600만달러에서 2400만달러로 반토막 났다.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10개국의 연합체로, 한국의 2위 수출시장이자 전 세계 인구의 8%(약 6.7억 명)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아직 시장 규모는 작지만 정부의 탄소감축 노력에 따라 친환경차 시장이 연평균 47.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세안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아세안의 수입 전기차 시장은 2019년 1억3000만달러에서 2021년 3억달러로 2배 넘게 성장한 바 있다. 

대한상의는 앞으로 아세안의 친환경차 시장이 연평균 47.5%씩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시장 점유율이 급감했다는 지표는 뼈아프다. 

한국 점유율이 감소한 자리는 중국이 메운 것으로 조사됐다.

아세안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19년 25.7%에서 2021년 46.4%로 급등했습니다. 2019년 한국에 밀린 2위에서 2021년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수입액으로 보면, 약 3400만달러에서 1억3800달러로 급등했다. 또 다른 경쟁국인 독일의 경우 2019년 1.3%에서 2021년 34.1%로 2위에 올라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아세안 국가들의 전기차 보급 의지는 큰 반면 국민들의 구매력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이를 고려하면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메리트가 더욱 커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시기 중국이 아세안에 의료물품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이나 지난 2021년 중-아세안 대화수립 30주년 기념 정상회의 등 양국 간 외교‧경제협력 분위기가 강화된 것이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전기차 산업을 빠르게 진전시키고 있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35년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 50%,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50%를 생산하고,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는 ’자동차기술 로드맵 2.0‘을 대외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4월에 발표한 '2023 글로벌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전 세계 판매량이 약 1000만 대인데 이 중 689만 대가 중국시장에서 팔렸다. 또 올해 전 세계 판매 전망치 1400만 대 중 중국시장이 변함없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또 중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 강화를 위한 지원책이 수출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수출 확대에는 개선된 상품성을 바탕으로 주요 수출 대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이 주효했다. 중국은 아세안, 칠레, 페루, 호주 등과 FTA를 체결하고 해당 국가로의 수출 확대를 추진해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올해 1월에 발표한 '2022년 중국 자동차 글로벌 시장 수출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54.4% 증가한 311만대로, 중국은 261만대를 수출한 독일을 제치고 자동차 수출국 세계 2위를 차지했다.

특히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차량의 수출이 급증했다. 중국의 수출물량 중 신에너지차(BEV, PHEV, FCEV)는 약 68만대로, 전년대비 120% 증가해 배 이상 성장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5월 기준 세계 전기차 판매 모델 상위 10개 중 7개에 BYD, SAIC 등 중국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아세안 자동차 시장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아세안 지역이 글로벌 자동차 생산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전기차 산업의 경우 투자·제조여건상 인도네시아와 태국이 유력한 국가로 꼽힌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수 원재료인 니켈 등 핵심광물 보유량이 풍부하고 해외 기업의 투자 전망 내수시장 규모, 잠재성장률 등에서도 강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태국은 자동차 생산·수출 기지로서 그간 부품사·인력·공급망 등의 네트워크가 축적돼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이들 두 국가가 전기차 산업과 관련해 현지생산 요건을 부여해 자국 산업 육성을 촉진하고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대 아세안 승용차 관세율은 40%로 중국 0%, 일본 20%보다 높아 수출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기차 현지생산 요건으로 인해 한·중·일 완성차 제조사 모두 현지생산이 불가피해진 만큼 동일한 경쟁선상에 서게 됐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보고서는 "인도네시아, 태국의 현지생산요건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경쟁국 중국·일본에 비해 우리나라에 불리한 관세율 요건을 만회할 기회로 작용할 여지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아세안 시장 내 한국 자동차들의 상황은 어떨까.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아세안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해 3월 아세안 지역 최초로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아이오닉5, 싼타페, 크레타 등을 생산하며 연간 15만대 생산이 가능한 것ㅇ로 알려졌다. 

또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내년 양산을 목표로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국내와 아세안을 합친 아시아대권역을 신설하며 아세안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조직을 통합해 국내사업본부의 역량을 동남아시아 공략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31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중국 전기차 시장이 저가 기반이고, 전기차 제작사만 80개가 넘는다"며 "아세안 전기차 시장이 저가차 중심인 만큼 중국 저가차의 확대를 경계하고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남아 전기차 시장이 아직 시장규모가 미미한데다 주종은 이륜차(오토바이)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기차 신차 판매량은 지난해 수 천대 수준으로, 1, 2위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아세안 전기차 시장 내 입지를 키우기 위해서는 결국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면서 "현지에서 전기차를 만들어서 공급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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