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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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불법 자전거래 의혹 등 연이은 악재로 인해 증권가가 휘청이고 있다. 증권사를 향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하고 있는 만큼, 고객 이탈로 인한 실적 저하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5일 키움·교보·하나증권 등 차액결제거래(CFD)를 취급하는 3개 증권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일부 임원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교보증권의 경우 CFD 담당 임원이 백투백 거래상대방인 외국 증권사로부터 CFD 업무와 관련해 A사로 가야 할 마케팅 대금을 국내의 CFD 매매시스템 개발업체로 송금하도록 하는 등의 업무상 배임 정황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외국 증권사가 해당 시스템 개발업체에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한 사례도 적발해 지급 경위를 파악하는 한편, 관련 자료를 검찰에 제공했다. 

교보증권은 지난 2015년 국내 금융시장에 CFD를 처음 도입한 증권사다. 교보증권의 CFD 거래 잔액은 올해 3월말 기준 6180억원으로 CFD를 취급하는 국내 13개 증권사 중 가장 많다. 교보증권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미수채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며 실적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관련 임원의 배임 정황이 드러난 만큼 고객들의 신뢰 저하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또한 SG발 주가폭락 사태 당시 주가가 급락한 8개 종목에 대한 매매 내역을 점검한 결과, 키움증권 임원과 그의 지인이 주가가 급락한 4월 24일 이전에 특정 종목을 집중적으로 대량매도한 사실도 적발했다. 금감원은 이들의 대량매도와 관련해 미공개정보 이용 등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를 전달한 상태다. 

증권업계를 둘러싼 악재는 CFD 사태만이 아니다. 금감원은 지난 24일 증권사의 랩(Wrap)·신탁 시장의 불건전한 영업관행 등과 관련해 증권사 2곳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검사 대상 증권사는 KB·하나증권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단기 투자 상품인 랩어카운트와 신탁 상품으로 유치한 자금을 만기가 긴 장기채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단기 랩‧신탁계좌에 유동성이 낮은 고금리 장기채권‧기업어음(CP) 등을 편입한 것. 하지만 KB증권은 지난해 금리인상으로 장기채 가격이 하락해 손실이 발생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불법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나증권에 있는 KB증권 신탁계정으로 자사 법인 고객 계좌에 있는 장기채를 평가손실 이전의 장부가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KB증권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자본시장법에서는 수익자가 동일인인 경우 계좌 간 거래는 자전거래를 인정하고 있다”며 “새로운 고객의 자금이 입금되는 경우 직전 고객의 자산을 이전하는 것이 아닌 운용자산을 시장에서 매수해 대응한다”고 말했다. 또한 단기 투자 상품으로 유치한 자금을 장기채에 투자하는 ‘만기 미스매칭’ 전략에 대해서도 “상품 가입 시 만기 미스매칭 운용전략에 대해 사전에 설명했다”며 “고객 설명서에 계약기간보다 잔존만기가 긴 자산이 편입되어 운용될 수 있다는 내용이 고지돼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바로 다음날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일부 증권사들이 만기 미스매칭을 통해서 과도한 목표수익률을 제시하게 되면 자금시장경색 및 대규모 계약해지 발생 시 환매 대응을 위해 연계거래 등 불법·편법적인 방법으로 편입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며 “이는, 법상 금지하고 있는 고유재산과 랩·신탁재산간 거래, 손실보전·이익보장 등에 해당될 소지가 있어 검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반박에 나섰다. 

문제는 KB증권을 향한 채권 자전거래 의혹이 특정 증권사의 문제가 아닌 증권업계의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KB·하나증권 외에도 다른 증권사에 대해 순차적으로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증권사를 향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격화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신뢰 하락으로 증시가 침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51조303억원으로 전월말(53조1420억원) 대비 2조1117억원(△4.0%) 줄어들었다.

거래량도 이달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증시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 1월 13조1423억원에서 4월 26조409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헀다. 하지만 이달 들어 국내 증시 일일 거래대금은 30일 기준 17조7478억원으로 전월 대비 8조6621억원(△32.8%)이나 급감했다.

특히 CFD를 취급하는 증권사의 경우 리테일 고객 비중이 높은 만큼, 최근의 사태로 인한 평판 저하가 고객 이탈로 이어질 경우 실적이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지난 11일 발표한 ‘CFD 사태가 증권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번 (CFD) 사태가 관련 증권사 신뢰도에 영향을 미쳐 고객기반 훼손으로 이어지면 중장기적 실적 저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나신평에 따르면, 13개 증권사의 3년 평균 순영업수익 대비 수탁수수료 비중은 38%로 국내 증권사 평균(31.7%) 대비 6.3%포인트 높았다. 나신평은 “리테일 사업비중이 높을수록 고객기반은 경쟁 지위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하므로, 향후 고객 이탈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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