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정부·여당이 야간·불법 집회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는 방향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집시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하는 언론의 논조도 두 갈래로 나뉜 모양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 21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집시법 개정 방안을 논의한 뒤, 22일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심야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방향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은 지난 24일에도 공공질서 확립과 국민 권익 보호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의 집회, 출·퇴근 시간 도심에서 열리는 집회 등에 대해 신고 단계부터 제한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야당은 당정의 집시법 개정 논의가 위헌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4일 “집회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라며 “이를 제한하려는 어떤 시도도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이고 공격”이라고 말했다. 

◇ 집시법 개정 관련 보도, 핵심키워드는 ‘민노총’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집회’를 검색하자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총 880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당정협의회가 열린 24일 가장 많은 271건의 기사가 집중 보도됐으며, 이후 기사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집회 제한 논의와 관련된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민노총’이었다. 이는 당정이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는 근거가 지난 16~17일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민주노총이 아니라 민폐노총이라고 폭력적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이 법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근본 원인은 지난 정권이 공권력을 붕괴시켜 놓은 데 있다”며 “일선 경찰들은 민주노총이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막을 방법이 없다 하소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집회 제한 논의 관련 기사에 빈번하게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법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 확성기 소음, 도로점거 등 국민들께서 불편을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이를 방치 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2~26일 보도된 집시법 개정 논란 관련 보도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22~26일 보도된 집시법 개정 논란 관련 보도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 “집회 제한은 위헌적 발상” vs “불법시위 방치해선 안 돼”

당정의 집시법 개정 논의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다. 우선 진보 성향의 매체는 당정의 집회 제한 추진 논의가 위헌적 발상이라며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22일 사설에서 당정의 야간 집회 금지 논의에 대해 “이는 집회 허가제를 금한 헌법에 위배될 뿐 아니라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과 반대 목소리를 강제로 틀어막겠다는 반민주적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지난 2009년 야간옥외금지 위헌제청 사건 심판을 언급하며 “당시 헌재는 ‘집회의 자유는 헌법 자체에서 직접 제한의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며 ‘기본권 중 기본권’임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어 “지금 여권은 헌재 결정 이전으로 돌아가는 역주행 입법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라며 “여권의 움직임은 경찰의 강경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또한 불법 전력이 있는 단체와 출퇴근 시간대의 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집회 허가제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24일 사설에서 “집회의 자유는 특정 의제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모여 의사 표시를 하는 표현의 자유”라며 “집회 전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당국의 보호·지원을 받기 위한 목적이지 허가를 얻자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여권의 집회·시위 제한 발상은 3권 분립의 헌법정신을 뿌리째 흔드는 ‘행정독재’”라며 “윤 대통령과 여당은 민주주의 흑역사로 남을 위헌적 발상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불법시위에 대한 공권력의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신문은 25일 사설에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집회와 표현 자유의 시민 기본권은 어떤 경우에도 훼손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하지만 일부의 집회 자유가 다수 사회구성원들의 기본권을 무차별 침해해도 무한 보장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건설노조의 술판 집회는 그동안 불법집회를 막는 법제도가 명확히 정비되지 않은 탓도 크다”며 “헌법에 보장된 시민 자유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집회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불법시위 통제가 어려워 진 것은 전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23일 사설에서 “불법 시위대를 검거하는 과정에선 시위자들의 저항으로 물리적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 정부는 이를 죄악시하며 과거 사건들까지 파헤쳐 경찰에 법적 책임을 물었다”며 “박근혜 정부 시절 민노총 집회에서 시위진압용 물대포에 쓰러져 1년 뒤 숨진 백남기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 4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과거 민주당도 자정부터 오전 7시까지 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며 “이제라도 여야는 합의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 외면한다면 제2, 제3의 민노총 노숙 방뇨 시위를 방조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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