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또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긴축 사이클의 끝이 보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한은은 여전히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금통위는 25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2·4·5월 회의에서 세 차례 연속으로 동결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또다시 동결된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된 반면, 경기둔화 우려는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1.6%)보다 0.2%포인트 낮은 1.4%로 하향 조정했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에서 “국내경제는 소비가 서비스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지만 수출과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며 “IT 경기 반등 시기, 중국경제 회복의 국내 파급영향 정도, 주요 선진국의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물가와 관련해서는 “소비자물가는 4월중 상승률이 전월 4.2%에서 3.7%로 낮아지는 등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상당폭 낮아졌다가 이후 소폭 높아져 연말까지 3%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이며, 금년중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동결로 이미 역대 최대 수준(1.75%포인트)인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한은은 환율이 금리차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을 결정하는 것은 금리차라는 틀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이자율 격차가 커졌음에도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환율이 지난 몇 주간은 오히려 내려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환율을 볼 때는 금리차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요인도 봐야 한다”며 “금리 격차만 보는 것은 경험에도 맞지 않고 이론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이자율 격차에 너무 집착 안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금통위가 ‘물가상승’, ‘한미 금리차’보다 ‘경기둔화’에 초점을 맞춘 결정을 내리면서,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경제전망의 주요 내용은 올해 성장률 하향조정과 내년 성장률 및 물가 하향조정”이라며 “5월에 이어 7~8월에도 한은의 금리동결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대내적 요인을 종합해 볼 때 10월부터는 금리결정에서 인하 소수 의견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 판단된다”며 수출부진, 세수부족 등의 악재로 하방압력이 강해질 경우 10월 금리인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은은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경계하는 모양새다. 실제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모두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예상보다 더딘 근원물가 둔화세, 미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어 “금리를 너무 조급히 내릴 경우 금융 불안정을 다시 촉발할 위험은 없는지 중장기적으로 검토를 한 뒤 인하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물가가 확실히 2%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증거가 있기 전까진 인하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으나 여전히 현실성은 크지 않다”며 “가장 큰 이유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지만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연준 양적긴축(QT) 효과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미 재무부는 9월까지 6천억 달러의 현금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단기자금 시장에서 대규모 현금 차입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때 발행된 단기채는 지준과 MMF가 나누어서 흡수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지준의 상당한 축소는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이는 지금까지는 체감하지 못했던 QT 효과가 3분기 중 본격화된다는 것”이라며 “QT 효과가 추가 인상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며 연준도 한국은행도 QT 효과의 영향을 점검하며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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