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한계기업 및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 추이.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국내 상장사 한계기업 및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 추이.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이코리아] 국내 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각종 지표로 드러나면서, 올해 한국 경제의 ‘상저하고’(上低下高)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 만큼, 맞춤형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상장사 중 17.5%가 한계기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6년(9.3%)보다 8.2%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이하인 기업을 뜻한다. 기업이 ‘버는 돈’보다 ‘내는 이자’가 더 많은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됐다는 것. 당해연도만 이자보상비율이 1 이하로 내려간 일시적 한계기업 비율 또한 지난해 말 기준 30.8%에 달했다. 전체 상장사 3곳 중 1곳은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규모별로 보면 코로나19와 고금리의 타격에 더욱 취약했던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율은 2016년 9.3%에서 2022년 11.5%로 2.2%포인트 증가한 반면, 코스닥은 같은 기간 9.3%에서 20.5%로 11.2%포인트나 증가했다.

수익성 관련 지표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봐도, 중소기업의 상황은 대기업보다 더욱 심각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증가하는 한계기업, 유형별 특성에 주목할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한계기업의 영업이익률과 자산회전율은 지난 2020년 각각 –5.8%, 49.2%였으나, 엔데믹 전환 및 수익성 회복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각각 –2.7%, 55.4%로 개선됐다.

반면 중소기업 한계기업은 2020년 영업이익률과 자산회전율이 각각 –14.1%, 29.3%까지 악화된 이후에도 각각 –10%, 30%를 밑돌며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CP금리와 미분양 주택호수 증가율 및 어음부도율. 자료=보험연구원
CP금리와 미분양 주택호수 증가율 및 어음부도율. 자료=보험연구원

기업의 실적 부진이 금융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22일 발표한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금융시장 변동’ 보고서에서 “한계기업의 파산과 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채권 발행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단기금리 상승 등 대내외 요인으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미분양 주택호수가 증가하고 어음부도율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미분양 주택호수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 2월 기준 13.4%로 2020년 6월(18.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어음부도율 또한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상승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보고서는 “미분양 주택 호수 증가는 건설기업의 재무건전성 악화를, 그리고 어음부도율 상승은 한계기업의 파산 증가를 보여주는데, 이는 실업급여 수급자 증가와 은행의 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경제주체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시차를 두고 발행금리 등 자금조달 금리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어 금융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기업 실적 부진을 나타내는 지표가 계속 드러나면서, 정부의 ‘상저하고’에 대한 기대도 작아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재차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1.7%)보다 0.1%포 내린 1.6%로 낮춘 바 있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 1.5%, 아시아개발은행(ADB) 1.5% 등 해외 기관뿐만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KDI) 1.5%, 한국금융연구원(1.3%) 등도 한은 전망치보다 낮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2020년부터 확산된 코로나19, 급격한 금리인상, 최근의 경기악화 등이 한계기업의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다”며 “안정적 금융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실적 부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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