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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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올해 들어 잠시 주춤했던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다시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조9695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초부터 따지면 총 11조240억원으로 199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바이코리아’(Buy Korea) 행진은 올해 1월 정점에 도달한 뒤 점차 기세가 수그러들었고, 3월 결국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마무리되는 듯 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해 10월 3조5790억원, 11월 2조9280억원, 12월 4030억원, 올해 1월 6조1460억원, 2월 1조1690억원으로 5개월 연속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으나, 3월 들어 2조1420억원을 순매도하며 바이코리아 행진을 끝냈다.

하지만 4월 들어 다시 1조2680억원을 순매수하며 국내 증시로 돌아온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도 투자를 계속 확대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9일까지 13거래일 동안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록한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 같은 기간(1조780억원)보다 82.7%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18~19일 이틀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909억원을 순매수하며 기세를 올렸다.

외국인 투자자가 가장 주목한 종목은 반도체주였다. 외국인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 1~2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각각 1조2963억원, 3615억원을 순매수했다. 그 뒤는 네이버(2342억원), 현대차(2081억원), 삼성전자 우선주(1726억원), 기아(1282억원), LG전자(1062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881억원), 카카오뱅크(576억원), 호텔신라(570억원) 등의 순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엔터주에 외국인 자금이 몰렸다. 외국인은 이달 19일까지 와이지엔터테인먼트와 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를 각각 1159억원, 625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376억원), 파마리서치(278억원), 삼천당제약(185억원) 등 제약·바이오주가 그 뒤를 이었다.

증권가는 최근 외국인 순매수세가 다시 확대된 이유로 미국발 금융리스크가 완화된 점을 꼽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우려, 3~4 월 SVB 발 신용리스크, 부채 한도 협상 리스크 그리고 미국 경기 침체 리스크 등 금융시장의 불안을 자극했던 미국발 각종 리스크 완화가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을 재차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되는 분위기”라며 “경기침체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침체 시기가 지연되거나 침체 강도가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외국인 순매수세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연구원은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반등 및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대만의 외국인 주식순매수 폭 확대 등은 반도체 업황의 저점 탈피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며 “AI 관련 산업 성장과 더불어 반도체 재고 축소 가능성이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다시 확대된 외국인의 매수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박 연구원은 “미국발 각종 리스크가 완화되는 분위기인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 지속 여부는 아무래도 중국 경기 정상화 관련 불확실성 해소 및 반도체 재고 감소 속도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이는 3분기 중 국내 대중국 및 반도체 수출 회복 여부를 통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1월 해외 투자 유치의 걸림돌로 지적받아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연내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시 시작된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코리아 행진이 하반기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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