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5·18 정신을 강조했지만, 야당은 윤 대통령에게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겠다는 공약을 지키라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언론 또한 5·18 정신 헌법 수록 논란을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는 대통령과 야당 간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5·18 관련 보도, 언론은 ‘원포인트 개헌’ 둘러싼 논쟁에 초점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5·18’을 검색한 결과 제43주년 기념일인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총 886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5·18 관련 보도에 가장 자주 등장한 연관키워드는 ‘기념식’이었으며, 그 뒤는 ‘윤석열 대통령’, ‘광주’ 등의 순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8일 만에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유족들에게 매년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열린 43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해 약속을 지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며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며 “오월 정신은 우리에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실천을 명령하고 있으며 우리가 오월의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한다면 우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도전에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런 실천적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5·18 관련 보도에 빈번하게 언급된 또다른 키워드는 ‘원포인트 개헌’, ‘헌법 전문’, ‘헌법 정신’ 등이었다. 이는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대선 기간 내세웠던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 공약을 이행하라며 압박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5·18정신 헌법 수록은 대선 당시 여야 할 것 없이 약속했던 대국민 공약이었다”라며 “다음 총선에서 원포인트 개헌으로 광주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단 약속을 반드시 지키자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주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를 통해 “원포인트 개헌 제안은 비리에 얼룩진 정치인들의 국면 전환용 꼼수”라며 “5·18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헌 논의에 대해 “규범 질서의 근본을 고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국민적 합의와 절차가 중요하다”며 “정당한 과정을 통해 헌법을 개정하는 계기에 5·18 정신을 반드시 헌법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8~19일 보도된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18~19일 보도된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5·18 원포인트 개헌 논란, 언론의 시각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둘러싼 대통령실과 야당 간의 공방에 대해 언론은 대체로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겨레는 18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 광주를 찾아 ‘5·18 정신이란 건 자유민주주의 정신이고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킨 정신이므로 당연히 헌법 전문에, 헌법이 개정될 때 반드시 올라가야 된다’고 말했다”며 “그러더니 이제 와선 5·18 정신 헌법 수록을 ‘야당의 꼼수’라고 폄하한다면, 당시 약속이 선거용 ‘립서비스’라는 의심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네는 이어 “‘5·18 정신 헌법 수록’은 여야 공히 대선 공약”이라며 “윤 대통령은 1년 전에도, 오늘도 ‘오월 정신’을 외쳤다. 말로만 ‘오월 정신’이라 말고, 여야가 함께 약속한 개헌 논의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민일보 또한 19일 사설에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헌법 전문 수록 반대’ 발언에서 보듯 5·18을 폄훼하는 세력의 뿌리가 깊다”며 “여권은 이들과 단호히 단절함으로써 오월 정신 실천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개헌 논의가 이뤄진다면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도 적극 검토해야 마땅하다”며 “광주 총출동이 보여주기에 그쳐선 안 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오월의 정신 아래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개헌 논의가 정쟁화된 것을 두고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19일 사설에서 “전당대회 돈봉투와 김남국 의원 코인 파문에 휩싸인 이 대표가 원포인트 개헌이란 국면 전환용 화두로 ‘집토끼 결집’에 나선 측면이 없지는 않겠다”면서도 “하지만 5·18의 헌법 수록이 윤 대통령의 약속인 만큼 대통령실의 반응 역시 지나치게 거칠고 공격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용서·화해와 통합의 5·18 정신을 우리 정치가 진정으로 존중, 수용하고 있는지 의구심만 들게 한 5·18 당일의 정쟁들이다”라며 “우리는 정말 하나일까. 5·18 희생자들과 오월 정신의 질문에 이제 정치권이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 호남 언론, 尹 개헌 공약 이행 촉구... 경남신문 “부마항쟁도 수록해야…”

광주·전남 지역 언론은 윤 대통령에게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일보는 19일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한 광주 지역사회의 평가는 엇갈렸다. 보수 진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해 광주 정신 계승을 다짐한 것에 대해서는 의미를 부여했다”라며 “하지만 광주시민이 기대했던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의지를 표명하거나 이를 실현할 해법을 제시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일보는 이어 “5·18 정신의 헌법 수록은 5·18의 정체성을 확고히 정립해 왜곡과 혐오를 원천 차단하고 국민 통합을 앞당기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총선이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이 5·18 정신 헌법 수록 추진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무등일보 또한 18일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언급조차 않고, 연설문도 지난해보다 확 준데다 뚜렷한 메시지도 없어 5·18 정신 계승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무등일보는 “대통령의 기념사대로라면 5·18은 지금껏 우리사회 논의와 고민의 연장에서 반드시 헌법 전문에 수록돼야 마땅하다”며 “대통령은 말이 아닌, 구체적 실행으로 대답하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신문은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신문은 19일 사설에서 “헌법 전문 수정을 전제로 한 원포인트 개헌 제안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진행된다면 5·18 정신만 논의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전임 정부에서도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을 전문에 포함하는 개헌안을 지난 2018년 국회에 제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신문은 이어 “1979년 10월의 부마민주항쟁은 18년 군사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고교생·대학생·시민들의 위대한 항쟁”이라며 “부마민주항쟁은 신군부를 거부한 광주민주화운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도 거룩한 민주주의 운동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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