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별 CFD 거래잔액.(3월말 기준) 자료=한국신용평가
증권사별 CFD 거래잔액.(3월말 기준) 자료=한국신용평가

[이코리아]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증권사들의 실적도 개선됐지만,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차액결제거래(CFD) 리스크의 여파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키움증권 등 5대 증권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268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및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1.6%, 41.0% 증가했다. 국내외 증시 회복으로 거래량이 늘어나자 수수료수익이 늘어난 데다, 요동쳤던 시장금리가 안정화되면서 상품운용 관련 수익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1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증권업계에 드리운 CFD 리스크의 그늘이 짙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달 말 발생한 8개 종목의 하한가 사태 이후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하한가 사태 당일인 지난달 24일 53조3475원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9일 49조5630억원까지 감소했다. 예탁금 규모는 최근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지만, 신용거래융자는 지난달 24일 20조4319억원에서 이달 15일 18조5640억원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증권사들이 노출된 CFD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CFD는 실제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차후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을 말한다. 최고 2.5배의 높은 레버리지가 가능해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고 증권사도 이를 노려 CFD 서비스를 확대해왔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손실을 정산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미수채권을 떠안게 되는 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물론 투자자가 CFD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40%의 증거금을 납입해야 하는 만큼, 증권사도 아예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증권사는 투자자의 예탁자산 평가액이 일정 시간 이상 증거금을 밑돌 경우 장중 반대매매를 통해 손실 위험을 관리해왔다.

문제는 지난달 발생한 하한가 사태와 같이 갑작스러운 주가 변동에 대응하기에는 기존 안전장치가 불충분했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은 지난 11일 발표한 ‘CFD 사태로 인한 증권사 신용도 영향 및 모니터링 포인트’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와 같이 급격한 시장변동이 발생할 경우 증거금 제도를 통해 거래상대방 위험을 모두 통제하기 어렵다”며 “특히, 거래량이 작은 개별 종목이 기초자산일 경우 통제 수단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신평은 이어 “종목의 시가총액과 거래량이 작다면, 비교적 작은 금액으로도 레버리지를 통해 가격 버블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후 이번 사태와 같이 기초자산 가격이 연속적으로 하한가를 맞아 급락하게될 경우 반대매매 거래와 포지션 청산이 적시에 일어나지 않게 된다”라며 “고객 입장에서는 기초자산 가격이 하락할수록 증권사에 갚아야할 채무가 지속적으로 급증하고, 증권사 입장에서는 포지션 청산을 못한 채 고객에 대한 거래상대방 위험 익스포져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헀다.

이 때문에 향후 증권사별 CFD 리스크 규모에 따라 2분기 이후의 성적표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태와 직결된 증권사들의 경우 CFD 미수채권 규모가 반영되면 향후 1분기와 같은 선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CFD를 취급하는 증권사는 13개로 지난 3월말 기준 거래잔액은 총 2조7697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잔액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교보증권(6180억원)이었으며, 그 뒤는 키움증권(5576억원), 삼성증권(3503억원), 메리츠증권(3446억원), 하나증권(3400억원) 등의 순이었다.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사 ‘빅5’ 중에서는 유일하게 CFD를 취급하지 않은 덕분에 이번 사태로 인한 악영향을 피했다.

물론 거래잔액 규모가 크다고 해서 꼭 미수금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한가 사태와 관련된 종목의 CFD 취급 비중이 크지 않거나, 리스크 관리에 철저한 증권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미수채권 부담이 작을 수 있다. 교보증권은 CFD 거래잔액은 3월말 기준 6180억원으로 가장 많지만,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미수채권 규모가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CFD를 취급하지 않은 증권사라고 해서 이번 사태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번 하한가 사태와 연관된 종목에 대한 신용융자금이 있는 증권사의 경우, 담보가치가 하락하면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 한신평은 “CFD 관련 미수채권과 신용융자금에 대해서 증권사는 추심 조치 등을 통해 회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나, 고객의 레버리지가 과도한 경우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회수 여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이어 “이번 사태로 인한 손실은 국내 증권사의 전반적인 자본완충력을 감안하면 감내 가능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관련 종목에 대한 CFD와 신용융자 취급이 많은 증권사는 손실 규모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으며, 손실 및 재무안정성 훼손 수준이 과도할 경우 신용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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