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요금인상을 골자로 한 2023년도 2분기 전기, 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대책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요금인상을 골자로 한 2023년도 2분기 전기, 가스요금 조정안 및 취약계층 지원대책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16일부터 전기·가스요금이 오른다. 4인 가구 평균 사용량으로 계산해 보면 월 7450원을 더 내야 한다. 다만 정부는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큰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대해선 평균 사용량까지 요금 인상을 1년 유예할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 대국민 설명문'을 발표했다.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8원, 가스요금은 메가줄(MJ)당 1.04원 인상한다. 기존 요금 수준에서 각각 5.3% 오른 것이다. 4인 가족 평균 사용량으로 보면 한 달 전기요금은 약 3000원, 가스요금은 4400원가량 더 부담하게 된다. 2분기 요금 결정이 예년보다 한 달 반 정도 늦었지만 인상분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안정적인 전력 구매 및 가스 도입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공기업의 설비투자 및 공사 발주 축소 등에 따라 에너지산업 생태계도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쌓인 한국전력 적자가 40조원을 넘어, 요금 인상 없이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 인상으로 한전은 올해 2조원 가량의 부담을 덜게 됐다. kWh당 전력 구입가는 170.6원, 판매가(146.5원)는 이보다 20원 이상 낮았는데 이번 조정으로 차이가 줄어들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가스 가격하고 원유, 유연탄 가격, 이런 것들의 가격 트렌드(흐름)를 종합적으로 이번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자녀, 저소득, 장애인 등 사회배려계층 360만 호에 대해 평균 사용량까진 1년간 요금 인상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일반 가구의 경우 전기 소비를 줄이면 kWh당 최대 100원까지 할인받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를 7월부터 확대하기로 했다. 만약 이전 달보다 20% 이상 절약하고 동시에 다른 가구보다 더 높은 절감률을 달성했다면 월 8000원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또한 기존 주택용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해 오던 전기요금 분할납부 제도를 소상공인과 뿌리기업에까지 확대하여 냉방 수요 증가에 따른 요금 부담을 일정 기간 분산시킬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농사용 전기요금은 이번 인상분에 대해 3년에 걸쳐 3분의 1씩 분산 반영해 단기간에 요금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문제는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상황은 여전하다. 

앞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한전과 가스공사는 단위당 각각 51원, 39원 인상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 인상을 포함해 올해 전기요금은 21원, 가스요금은 1원 올라 요구에 한참 못 미친다.

이에 지난 12일 한전과 가스공사는 각각 25조원, 15조원의 자구책을 발표했지만, 이를 통해 2021년부터 45조원 가까이 쌓인 한전 적자와 11조6000억원에 달하는 가스공사 미수금을 털어내긴 어렵다. 

전력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8월 발간한 이슈 브리프 '한전 적자 부추기는 전력시장제도'에 따르면 한전이 화력발전 자산에서 탈피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이유는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에 있다.

한전은 우리나라 전력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면서, 자회사를 통해 화력발전 중심의 발전사업까지 영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전의 경영진 또는 이사회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으로 인해 재무 위기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을 인식했더라도 화력발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한전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한전의 재무위기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선 한전의 망 사업과 발전사업을 분리하는 것과 같은 조치를 통해 이해 상충 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야당의 반대도 거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전기 가스 요금 인상에 대해 민생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 발표를 미뤄온 터라 전기 수요량이 늘어나는 여름철을 앞두고 또 전기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16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현실적으로 에너지요금 추가 인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고려가 들어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올해 추가적인 요금인상은 힘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에너지 소비도 많은데다 에너지 고소비 산업들이 집중되어 있다. 에너지를 적게 쓰는 산업으로의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 또 에너지를 소량 쓰는 산업에게 누진적 혜택을 주거나 취약계층을 보조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 역시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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