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정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UPS.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20분 정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UPS.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코리아] 챗GPT로 대표되는 초거대AI가 IT생태계를 급격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최신인공지능은 사진을 합성하던 것을 띄어 넘어 동영상을 합성하고, 사용자의 습관과 마음까지 읽어낸다. 더 나아가 학습한 적이 없는 사물까지 식별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IT 중소기업들은 이와 같은 격변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그 해답을 지난 10일~14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제6회 국제인공지능 대전 (AI Expo Korea 2023)에서 찾아봤다.

1000만원 정도하는 특수 탱크에 잠수한 AI서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1000만원 정도하는 특수 탱크에 잠수한 AI서버.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올해 전시회에는 260개의 업체가 출품하며 인공지능과 관련된 다양한 첨단 기술을 뽐냈다. 개막 첫날 딮엘(DeepL)이란 AI번역기를 개발한 야렉 쿠틸로브스키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AI번역'에 관한 전략세미나를 개최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가 만든 최신 번역기는 특히 법률, IT기술 분야에서 상당히 높은 정확도를 보여주며 번역시장에서 번역료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AI기업들이 현재 수익을 창출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탁월한 솔루션을 라이센싱하는 방법이다. 만약 특정기업이 더 나은 영상인식이나 동영상합성 기술을 보유했다면 다른 기업에게 이를 사용하게 하고 실시료를 청구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영상을 처리하는 기업에 가장 큰 기회로 작용한다. 다수의 기업이 사람들을 간단히 쳐다만 보고 건강을 진단해내는 비접촉진단 기술을 이미 지난 4월 월드IT쇼에서 선보였다. 인공지능 화가인 Dall e2는 이미 몇 마디 말만 듣고 상상화를 척척 그려낸다. 다만, 이 서비스는 사람의 눈과 같은 세부적인 항목에서 묘사가 부자연스러웠다.

그러나, 향상된 제너레이티드 포토는 진짜와 구별하지 못할 정도의 고화질 사진을 제작한다. 이 제품은 인종, 성별, 나이와 같은 기본적 정보 이외에 눈색깔, 머리색, 머리길이, 감정 등 세부적인 지시사항까지 반영하여 진짜 같은 가짜 인류를 창출해낸다. 필자가 아시아 인종을 지정했더니 인공지능은 한국인, 중국인, 말레이시아인, 인도인처럼 보이는 여러 장의 사진을 제작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9달러 이하의 가격에 선호하는 사진을 즉시 제공하므로 광고업체는 모델료를 크게 아낄 수 있다.

인공지능서버에 장착되는 A100 GPU.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인공지능서버에 장착되는 A100 GPU.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AI는 사진을 합성하는 것을 넘어서 기본 이미지만 제시하면 다양한 동영상을 여러 시점에서 생성해낸다. CNAI스튜디오는 전시회에서 기본 이미지를 가공해 다양한 동작을 취하고 말까지 자연스러운 배우를 쉽게 만들어냈다. 사용자가 입력한 텍스트는 단순히 읽어 주는 것을 넘어 방송국의 아나운서와 같은 화려한 동영상으로 변모한다. 관련 기술은 이미 지인들의 결혼식에 활용되었는데, 직접 방문하기 불가능한 대통령 등 유명인사의 AI버전이 식장을 방문하여 축사를 진행했다.

페인트샵 등 사진편집 프로그램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잘못 찍힌 사진을 곧바로 최적의 조건으로 보정해낸다. 필자는 현재 여러 국가에서 영상분석을 통한 경비솔루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일부 인공지능은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자욱한 날, 빛이 없는 심야에도 관리자가 판별하기 좋은 영상을 가공해낸다. AI Expo에 출품한 한 기업은 다양한 영상개선 기술을 차량의 자율주행에 활용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이 사용하는 32베이 1.5테라바이트의 올플레쉬 스토리지.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인공지능이 사용하는 32베이 1.5테라바이트의 올플레쉬 스토리지.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필자는 여러 국가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을 3차원 모델링과 디지털트윈으로 구축하는데 일부 업체는 AI기술을 이용해 불필요한 사람이나 자동차를 데이터에서 깨끗하게 지운다. 그동안 구글 스트리트뷰는 사생활침해 소지가 있는 데이터에서 사람과 차량정보를 흐리게 처리했다. 그러나 앞으로 포털의 거리뷰에 사람이나 차량이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AI와 결합한 영상인식 기술은 진화를 거듭하여 최근에는 다수의 CCTV에서 특정인이나 지정 차량의 동선을 자동으로 파악해낸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CCTV에서 요구조자를 식별하여 경찰이나 소방대원이 즉각 출동하도록 요청하기도 한다.

다수의 콜센터는 AI상담원으로 대처되는데 초거대AI의 도움을 받을 경우 챗봇은 시나리오가 없이도 해당 기업의 홈페이지, 블로그 등에서 정보를 찾아내어 고객에게 최적의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로봇에 초거대언어모델(LLM)이 추가로 덧붙여질 경우 기존 AI가 보여주었던 허언증을 치료하고 보다 정교한 답변을 제시한다. 

대형 LCD패널로 구성된 기존 키오스크는 초거대AI와 결합하여 살아 움직이는 똑똑한 가상인간으로 빠르게 대체된다. 눈이 없는 ChatGPT에 문서를 인식하는 OCR을 적용시키면, 책이나 종이문서를 읽고 요약하거나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것도 손쉽게 처리한다.

인공지능 기술은 데이터처리기업이나 데이터라벨링 기업에게 새로운 성장기회를 부여한다. 일반적으로 비정형 데이터는 음성, 문서, 하이페텍스트가 혼재된 양식으로 존재한다. 예를들면 실손보험 가입자는 영수증이나 진단서 등을 촬영하거나 스캔하여 보험사에 제출한다. 수많은 직원들이 자료를 열람하고 타이핑하여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첨단 AI는 모든 자료를 짧은 시간에 깨끗하게 정리해준다. 

데이터라벨링은 사람이 만든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인식할 수 있도록 객체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주부나 학생, 은퇴준비자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라벨링으로 온라인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자율주행자동차에 장착된 AI카메라.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자율주행자동차에 장착된 AI카메라. 사진=여정현 필자 제공.

 

이번 전시회에서는 AI의 구현과 관련된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기업들도 여러 제품을 선보였다. ​인공지능의 연산에는 초고성능 GPU가 사용되는데 엔비디아(Nvidia) A100은 장당 1,800만원, H100은 장당 3,000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이 GPU를 4장 이상을 장착한 서버를 무려 2억원 정도의 고가에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AI전용 GPU가 아직은 고가이므로 저렴한 쿼드로(Quadro) 그래픽카드 4장을 탑재하고 수냉쿨러를 장착하여 6,000만원 정도에 공급하는 기업도 있었다.

GPU서버 뿐만 아니라 AI를 위한 저장장치도 거대한 몸값을 자랑했다. 다수의 포털은 2억원하는 GPU서버 4개를 클러스터로 구성하고 동시에 올플래쉬 스토리지를 한 세트 연결하여 운영한다. 일부 업체는 퓨어스토리지(PureStorage)의 특수한 SSD 48TB를 32개나 장착하고 총합 1.5PB(페타바이트로)로 구성한 스토리지를 5억원의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AI서버는 많은 양의 전력을 소모하고 상당한 열을 발생시킨다. 다양한 캐비냇형 UPS는 전원이 공급되지 않아도 20분간 AI서버를 동작시킬 수 있다. 한편 고열이 발생하는 고가의 AI서버는 아예 물속으로 잠수를 한다. 물론 순수한 물은 아니고 3M 등에서 공급하는 특수용액이다. 필자도 가끔 남해안이나 제주도로 잠수를 하러 가는데 봄철의 바닷속은 아직 추워서 드라이슈트를 착용하기도 한다. 바닷물은 냉각에 상당히 효과적이기 때문에 MS는 북극권으로 가는 대신 아예 데이터센터를 심해에서 운영한다.

AI전용서버나 대용량 클러스트를 구축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IT대기업의 디스트리뷰터로 활약하기도 한다. 한국의 메가존클라우드는 아마존의 AWS를 재판매하고 있고 클루커스는 MS의 Azure를 재판매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클라우드를 응용하는 네이버 워크플레이스를 재판매하는데 ERP서버를 1인당 3,000원에 라이센싱하기도 한다. 물론 ERP에 재고관리 등의 기능을 추가하고 커스터마이징할 경우 실시권 비용은 올라간다. AI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빅데이터분석기사와 같은 자격증의 준비를 돕는 콘텐츠도 늘고 있고, 관련 서적들도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전시회에서 이미 나타난 것과 같이 초거대AI가 일상에 부여할 파급력은 PC나 인터넷의 등장에 비길 수 있다. 공상과학영화와 같이 인간을 닮은 로봇이 스스로 읽고 듣고 분석하며, 다양한 현안에 해법을 제공할 날도 머지않다.

[필자 소개] 여정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안양대 평생교육원 강사, 국회사무처 비서관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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