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22년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 추이. 자료=통계청
2012~2022년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 추이. 자료=통계청

[이코리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혼인 건수가 증가하면서 심각한 초저출산 현상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혼인 증가 추세를 견인하고 있는 국제결혼이 저출산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위드코로나’가 시작되면서 국내 혼인 건수는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월별 혼인 건수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5월 +5.5%를 기록하며 증가세로 반전됐다. 6~7월에는 각각 –8.2%, -5.0%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8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1월 21.5%, 2월 16.6%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위드코로나’ 이후 혼인 건수 회복세를 이끄는 것은 국제결혼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혼인건수는 19만1700건으로 전년 대비 800건(-0.4%) 감소했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인 간 혼인 건수는 전년 대비 4381건 감소한 반면 외국인과의 혼인은 3564건 증가하면서 혼인 감소 폭을 대부분 상쇄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의 혼인이 3022건(+33.6%) 증가해 한국 여성과 외국인 남성 간의 혼인 542건(+13.7%)을 크게 상회하면서 국제혼인 증가 추세를 주도했다. 

◇ 국제결혼이 이끈 혼인 증가, 저출산 해법 될까?

혼인이 증가세로 반전되면서 고질적인 저출산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위드코로나 이후 혼인 추이 변화의 특징’ 보고서에서 “미루어졌던 혼인의 증가나 국제 왕래 제한의 완화에 따른 국제 혼인 증가 등은 일시적일 수도 있겠으나, 활용하기에 따라 사회적으로 만연한 혼인 기피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은 이어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부분의 출산이 혼인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나라는 혼인의 증가가 장기적으로 출산 여건의 개선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은 혼외 출산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통계청이 발간한 ‘2020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신고된 혼외출생아는 6974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2.3%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서구 선진국들의 혼외출산율과 비교하면 이는 매우 낮은 수치다. 스웨덴의 혼외출산율은 2018년 기준 54.5%로 출생아의 절반 이상이 혼인 관계 밖에서 태어났다. 영국 48.4%, 스페인 47.3%, 미국 39.6%, 독일 33.9% 등도 혼외출산율 비중이 매우 높았으며, 상대적으로 가부장적 문화와 가족주의가 강한 이탈리아조차 34.0%에 달했다. 

바꿔 말하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매우 드문 한국에서 혼인 증가는 출산 증가의 선결 과제라는 뜻이 된다. 국제결혼을 통해 혼인 건수가 증가한다면 출생아 수가 증가하거나, 적어도 감소 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합리적이다. 

게다가 출산율이 높은 국가에서 한국으로 온 결혼이주여성은 더 많은 아이를 낳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지영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학부 부교수가 지난 2021년 발표한 ‘출신국 출산율과 이주여성의 자녀 출산’ 논문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의 출신국 합계출산율이 높을수록 출산한 자녀 수가 증가하고 결혼 후 첫 자녀를 출산하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이주여성의 이주 후 출산 행태가 출신국의 출산율에 영향 받는다는 분석 결과는 이민자가 출신국에서 습득한 출산 관련 사회문화적 배경이 이주 후 출산율을 결정한다는 해외 문헌의 흐름과 일관된다”며 “이는 이민자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관습과 특성을 유지하려는 문화적 정체성의 정도에 따라 이주 후 행동이 다양하게 변화한다는 사회화 이론에 부합하며, 출산과 관련된 결정에 있어서는 이러한 문화적 정체성이 특히 강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출산 순위별 모의 평균 출산연령, 자료=통계청
2021년 출산 순위별 모의 평균 출산연령, 자료=통계청

◇ 결혼이주여성, 한국 여성보다 출산율 높을까?

반면, 국제결혼을 저출산 해법으로 고려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나온다. ‘매매혼’ 논란 등 국제결혼에 대한 윤리적 비판을 차치하고서라도, 결혼이주여성의 출산율이 한국 여성보다 그다지 높지 않아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연구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김현식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018년 발표한 ‘결혼이주 여성과 한국 여성의 출산력에 관한 연구: 출신 국가별 출산력 차이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과 한국 기혼 여성의 출산율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김 교수는 조선족·중국(조선족 제외)·베트남·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과 한국 기혼 여성의 첫째·둘째 출산율을 비교했는데, 1년당 태어나는 출생아 수(첫째아)는 베트남이 0.414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는 한국 0.403명, 필리판 0.384명, 조선족 0.295명, 중국 0.268명 등의 순이었다. 기대와 달리 한국 기혼 여성의 출산율이 결혼이주여성보다 높았으며, 1위 베트남과도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 

게다가 둘째 아이는 한국이 0.21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는 필리핀 0.193명, 베트남 0.159명, 중국 0.129명, 조선족 0.119명의 순이었다. 김 교수는 “자신들이 태어나고 자란 국가의 가치관과 규범을 담지하고 있는 결혼이주 여성들은, 한국으로 이주하면서 이질혼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어 출산율이 출신 국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국제결혼을 통해 구성된 다문화 가구 또한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저출산 흐름에 동조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1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다문화 출생에서 모(母여)의 평균 출산 연령은 첫째아가 30.6세, 둘째아가 31.8세, 셋째아 이상이 33.7세로 모두 전년보다 상승했다. 전체 평균은 첫째아 32.6세, 둘째아 34.1세, 셋째아 35.4세로 다문화 가구보다 높지만, 격차는 2019년 2.4세에서 2021년 2.0세(첫째아 기준)로 점차 좁혀지고 있다. 다문화 가구도 한국 사회의 저출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국제결혼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검증결과] 판단유보. 출생아 대부분이 결혼 관계에서 태어나는 한국에서 국제결혼을 통한 혼인 증가는 출산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결혼이주여성의 출산율이 한국 기혼 여성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 다문화 가구 또한 한국 사회의 저출산 흐름에 동조화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국제결혼이 저출산 문제에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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