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갈무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연내 금리인하는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시장은 미국의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4.75∼5.00%에서 5.00∼5.25%로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10차례나 금리를 인상하며 강력한 통화긴축을 추진해왔다. 특히 지난해 6·7·9·11월에는 4차례 연속으로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물가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물가상승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데다, 급격한 금리상승 여파로 은행 위기까지 발생하면서 연준도 긴축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실제 연준은 올해 들어 3연속 베이베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인상)을 결정하며 지난해보다 금리인상 폭을 줄였다.

다만 연준은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이후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해소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러한 예상이 맞다면 금리 인하는 아직 부적절하다. 우리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어 “더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고 덧붙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추가 금리인상 여부와 관련된 문구가 수정되면서, 금리인상 종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갈무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서 추가 금리인상 여부와 관련된 문구가 수정되면서, 금리인상 종결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갈무리

◇ FOMC 성명서 문구 수정... 긴축 마무리 기대감 ↑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 종결을 예상할 수 있는 단서는 FOMC 이후 발표된 성명서 문구다. 실제 연준은 이번에 발표한 성명에서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달성하기 위해 추가적인 정책강화(금리인상)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문구를 삭제하고, 대신 “추가 정책 강화가 적절한지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FOMC 성명서 내에 매파적 문구로 유명한 ‘in order to attain a stance of monetary policy that is sufficiently restrictive’(충분히 제약적인 금리 수준으로 가기 위해 약간의 추가 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다)라는 문구를 삭제한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윤 연구원은 이어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이 충분히 제약적 수준에서 상당기간 머물 것’이라는 점과 ‘노동시장 과열에도 임금상승 탄력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중소형 은행들의 대출과 신용여건 점검’을 강조하면서 남아있는 은행 리스크에 따르는 통제를 언급한 점 또한 매파 성향을 낮추는 근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이번 FOMC 성명서 문구에 대해 “현재 연준의 정책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이며, 오는 6월 FOMC부터는 금리인상 중단을 검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연내 금리인하 전망에 대해서는 “비둘기파적 성명서와 달리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여전히 매파적 스탠스가 강했다”며 “시장 기대처럼 연내 금리인상은 중단될 수 있으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 이내에 진입하기 전까지 QT(양적긴축) 정책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고 수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한국은행도 오는 25일 열릴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다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거버너 세미나에서 “선진국의 긴축정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 또한 4일 열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이번 결정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향후 경제 지표에 따라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연준, ECB(유럽중앙은행) 등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와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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