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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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로 인해 ‘차액결제거래’(CFD)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전부터 CFD 악용 위험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온 만큼, 금융당국의 늦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일 금융위,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관계 임원회의에서 “신속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의 시세조종 수법, 공모여부 등을 명백하게 밝히고, CFD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철저하게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지만, 이와 별개로 최근 제기되고 있는 CFD의 제도상 보완 필요사항을 우선 검토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선제적으로 보완하고, 추후 조사결과에 따라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밝혀지면 추가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가폭락 사태의 도화선이 된 CFD는 실제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차후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만 정산하는 장외파생상품을 말한다. 40%의 증거금만 납입하면 주식을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최고 2.5배의 높은 레버리지가 가능하다. ‘신용융자’와 비슷하지만 주가 상승뿐만 아니라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다.

또한 투자자가 자기 명의로 주식을 거래하는 신용융자와 달리 CFD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주문을 넣으면,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다시 한국거래소에 주문을 넣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거래 주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번 주가폭락 사태에서 매매 물량이 모두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 명의로 집계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주가폭락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CFD 제도 개선을 선언했지만, 일각에서는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CFD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수년 전부터 계속됐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증권거래위원회(IOSCO)는 지난 2018년 CFD 등 장외거래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지나친 거래 위험 등을 지적하고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해 규제를 권고한 바 있다.

국내 연구기관들도 CFD 거래 활성화에 따르는 부작용을 경고해왔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2020년 ‘차액결제거래(CFD) 시장 현황 및 특징’ 보고서에서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해 거래하는 경우 기초자산 가격 또는 관련 시장 요인이 조금만 변해도 평가 금액은 크게 변해 투자위험도가 증대된다”며 “세법개정으로 상장주식 양도소득 과세대상 대주주의 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돼 과세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고액투자자들이 세금 회피 수단으로 CFD를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도 이미 지난 2020년 CFD를 통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집중 심리를 시행한 바 있다. 거래소에 적발된 사례 중에는 CFD를 악용한 시세조종 시도도 포함돼있다. 특정 기업 주식을 대량 보유한 투자자가 해당 기업 주가가 하락하자 주가고정을 위한 시세조종성 주문을 제출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CFD 거래를 이용한 것. 당시 거래소는 “CFD는 손익정산을 위한 일부 증거금 납입만으로 주식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높은 레버리지 거래가 가능하고, 투자자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으므로 양도소득세, 지분공시의무 등 규제 회피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며 CFD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CFD 시장규모는 점차 확대돼왔다. CFD는 투자위험이 커 전문투자자만 이용할 수 있었는데, 지난 2019년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를 위해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이 완화되면서 거래가 늘어났기 때문. 금감원에 따르면, CFD 거래규모는 지난 2020년 30.9조원에서 2021년 70.1조원으로 두 배 이상 폭증했다. CFD 잔고 또한 지난해 말 2.3조원에서 올해 2월말 기준 3.5조원으로 50% 이상 늘어났다. 

문제는 금융당국도 CFD의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2021년 발간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 “상장주식 기초 CFD 매수거래는 경제적 실질이 주식 신용융자거래와 동일하나, 신용공여 한도 및 최소 증거금률 등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신용융자 규제의 우회경로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현재 국내 CFD 시장이 대부분 개인 전문투자자 위주(2020년 기준 97.2%)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시 하락장에서 투자자의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CFD 거래 문턱을 낮춘 뒤 위험 관리를 위해 도입한 조치는 최소 증거금률을 10%에서 40%로 올리는 것 정도였다. 이번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된 종목에 대한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김 부위원장은 “”CFD가 일부 작전세력 등에 의해 유동성이 낮은 종목, 공매도 금지 종목 등에 악용될 경우, 통정매매 등을 통한 시세상승 등 불공정거래에 취약한 측면이 있을 수 있고, 이번처럼 급격한 주가하락시 주가 하락폭이 더욱 확대되면서 투자자뿐만 아니라 증권사 리스크 관리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위, 금감원, 거래소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노력을 더욱 강화하고, 앞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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