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반려동물보험 가입률. 자료=보험연구원
국가별 반려동물보험 가입률. 자료=보험연구원

[이코리아]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보험시장은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펫 보험 시장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체계적으로 집계된 반려동물 수 관련 통계는 없지만,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수는 결코 적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 2021년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라니라의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약 313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5%에 해당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면서 양육비 부담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1마리당 월평균 양육비는 약 15만3800원으로 전년 대비 3만원가량 늘어났다. 

반려동물 양육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의료비용이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 전체 양육비 중 병원비(6만900원)가 차지하는 비중은 39.6%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2021년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동물병원 1회 평균 진료비는 8만4000원이었다. 연평균 3~4회만 진료를 받아도 30만원이 넘는 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설문조사 참여자 반려동물 진료비가 부담된다고 말한 응답자는 82.9%나 됐다. 

백신 접종 확대, 의료기술 발전 등으로 반려동물 수명이 평균 15~20세까지 증가한 만큼, 의료비 부담 또한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반려동물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그에 대비하기 위한 ‘펫 보험’ 시장 활성화는 여전히 요원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 펫 보험 계약 건수는 약 6만1000건에 불과하다. 농식품부가 추정한 국내 반려견·반려묘 수가 약 743만 마리임을 고려하면, 가입률은 0.8%로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펫 보험 가입률은 해외 주요국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반려동물보험시장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의 펫 보험 가입률은 40%에 달했으며, 영국도 25% 수준이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펫 보험 시장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제도적 인프라 부족이 꼽힌다. 보험사가 다양한 펫 보험 상품을 개발해 시장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손해율 관리를 위한 제도 정비가 필수적인데 아직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 최근에는 보험사들이 반려동물 양육가구 증가 추세에 발맞춰 관련 상품을 늘려나가고 있지만, 지난 2008년에는 손해율 확대로 인해 상품 판매를 중단한 적도 있다. 

보험사 손해율 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진료받은 반려동물이 보험에 가입된 반려동물인지 식별할 수 있도록 동물등록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실제 동물등록제는 지난 2014년부터 의무 시행됐지만, 등록률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인위적 조작이 어려운 내장형 무선식별장치로 신규등록한 반려견은 2021년 기준 46.6%에 그쳤다. 반려묘는 의무등록대상이 아니라 등록률이 0.7% 수준이다. 게다가 반려인이 요청하면 품종이나 생년월일 등의 등록정보를 변경할 수 있고, 유실·사망 등의 신고 관리가 미흡하다는 문제도 남아있다. 반려동불이 피보험 대상인지 식별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사가 펫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손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렵다. 

표준수가제 도입도 펫 보험 활성화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꼽힌다. 현재는 반려동물 질병명 및 진료행위의 명칭·코드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매우 큰 상황이다. 게다가 수의사가 진료기록부를 발급할 의무가 없어 반려동물 보호자가 진료기록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질병과 진료행위를 표준화해 불투명한 진료비용 체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보험사도 합리적인 보험료 및 보상금을 산정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펫 보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관련 제도를 신속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8일 열린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과 보험의 역할 강화 세미나’에서 펫 보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동물등록 허용의 실효성·편의성 등을 분석하고 확대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진료항목 표준화 및 진료기록 발급·전송을 확대하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당국 또한 펫 보험 관련 제도적 인프라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올해까지 반려동물 다빈도 진료항목 60개에 대한 진료 표준화를 추진하고 내년까지 총 100개 항목으로 확대해 진료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위원회도 수의업계과 보험업계의 제휴 등에 기반한 협력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펫보험 활성화 방안’을 빠른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아직 (국내 펫 보험) 가입률이 낮고, 반려동물 진료항목·등록제 관련 인프라가 아직 부족해 보험상품 개발에도 한계가 있다”며 “정부는 반려동물 등록률 및 유효성을 높이고 진료항목 체계 등 개선을 위해 관계부처 및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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