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7.7원)보다 4.5원 오른 1342.2원에 출발했다. 사진=뉴시스
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7.7원)보다 4.5원 오른 1342.2원에 출발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무역적자가 14개월째 계속되면서 원화 하방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수출부진 해소를 위한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입 수요 조절을 위한 대책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3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26억1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23억7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10.4% 늘어난 것이다. 전월(-46억3200만 달러)보다는 적자 폭이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적자 행진이 14개월간 계속되고 있다.

무역적자가 계속되면서 환율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원화 가치는 최근 들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 안정기로 접어들었던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올해 2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최근 들어 1300원대를 웃돌고 있다. 

무역적자는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다른 주요국 통화와 달리 하락하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외환시장과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337.7원에 마감했는데, 이는 지난달 말(1301.9원)보다. 2.7% 하락한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 하락 폭은 심각한 고금리·고물가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페소(-6.1%)와 전쟁 중인 러시아 루블(-2.8%) 다음으로 크다. 

최재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 압력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메털 약화, 특히 예상보다 부진한 수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대중 수출과 반도체 수출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폭도 올해가 시작한지 3개월만에 224억 달러에 달해 작년 전체 무역수지 적자폭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을 기록해 환율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1월 이후 월별 무역수지. (단위: 억 달러) 자료=산업통상자원부
2022년 1월 이후 월별 무역수지. (단위: 억 달러) 자료=산업통상자원부

4월 경상수지가 역대급 적자를 기록하며 환율이 더욱 요동칠 우려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경상수지 현황 점검 및 평가’ 보고서에서 “본원소득수지(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받은 급료, 임금 및 투자소득과 외국인이 국내에서 받은 급료, 임금 및 투자소득의 차액)는 투자소득배당지급이 매년 4월에 집중되는 계절성을 반영하는데, 2020년 이후로는 4월 적자 폭이 –30억 달러 내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이어 “올해 4월 경상수지가 기존의 적자 규모 최대값인 -42억달러보다 상당폭 악화될 개연성이 있다”며 “만약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본원소득수지 계절성을 충분히 감안해 해석하지 않을 경우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히고 나섰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우리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출활력 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단기적 차원과 중장기적 차원의 지원방안을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근 계속된 무역적자에는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도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다방면에 대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수출금액지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보다 12% 높은 수준인 반면, 수입금액지수는 39%나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주요 수입품목인 천연가스(72%), 석탄(15%), 금속광물(18%) 등 광산품 수입물량이 2019년보다 상당히 늘어난 데다, 반도체(94%), 승용차(41%) 등의 증가세도 만만치 않다. 

송 연구위원은 “전 세계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수입물량이 2019년 대비 10% 증가한 수준에서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는 추이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수입물량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며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수입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경상수지 악화가 지속되면서 거시경제 취약성이 누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이어 “천연가스 등의 전략적 비축이 수입물량 증가에 기여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안정세가 확인되는 시점에서 조기 유류세 정상화 및 에너지 가격 조정을 통해 전반적인 에너지 수요조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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