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작업이 마지막 걸림돌로 여겨졌던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문턱을 넘으면서, HMM·KDB생명보험 등 남은 매각 과제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9년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KDB생명보험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등 5개 사업자가 대우조선해양 주식 49.3%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해외 경쟁당국의심사를 거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KG그룹에 인수되면서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꾼 쌍용자동차에 이어 20년 만에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게 된 대우조선해양까지 밀린 매각 숙제를 해결한 산업은행의 남은 과제는 HMM과 KDB생명보험이다. 특히 KDB생명의 경우 9년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만큼 빠른 재매각 추진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산은은 지난 2014년 KDB생명을 인수한 이후 꾸준히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네 차례나 무산된 바 있다. 지난 2020년에는 JC파트너스와 2000억원 규모의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으나, JC파트너스가 먼저 인수한 MG손해보험이 화근이 됐다. MG손보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JC파트너스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게 된 것. 결국 산은은 지난해 4월 JC파트너스와의 주식매매계약을 해지했다.

주요 매각 과제가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산은이 올해는 ‘4전5기’의 KDB생명 재매각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KDB생명의 경영실적이 점차 개선되면서 매각 성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KDB생명은 4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232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률(1.01%→1.50%), 총자산수익률(ROA, 0.11%→0.24%), 자기자본수익률(2.76%→6.42%) 등 수익성 지표도 개선됐다.

문제는 금리·환율 상승으로 투자부문 수익이 늘어난 반면, 본업인 보험사업에서는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KDB생명은 지난해 보험사업에서 1879억원의 적자를 냈는데, 이는 전년(-484억원)보다 적자 폭이 네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건전성 지표 또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KDB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62.47%로 전년말(168.87%) 대비 6.4%포인트 감소했다. 금융당국 권고 기준은 상회하고 있지만, 업계 평균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금융소비자들의 불만도 여전히 높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KDB생명의 고객 10만면당 민원건수는 117.7건으로 전체 보험사 중 가장 많았다. 이는 생보사 2위인 DGB생명(49.1건)이나 손보사 1위인 MG손해보험(48.1건)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2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도 부담이다. 지난해 말 기준 KDB생명의 자기자본은 6078억원으로 전년말(8918억원) 대비 2840억원이나 감소했다. 2000억원이 넘는 신종자본증권을 차환없이 조기상환할 경우 자칫 자본잠식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 차환을 하더라도 최근 금리가 급격하게 오른 만큼 이자비용이 늘어나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KDB생명의 재매각 추진을 위해서는 산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수익 악화와 콜옵션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산은이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KDB생명 원매자 입장에서 느끼는 인수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산업은행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은 인정하나, 대주주 변경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초회보험료가 감소하는 등 영업기반이 위축되었고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한편,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새 주인이 열심히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각하고 있다”며 KDB생명 매각 작업에 대한 적극성을 드러냈다. 산은이 KDB생명 재매각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4전5기에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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