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설탕 가격이 수요 증가와 기상 악화 전망으로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마트에서 설탕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제 설탕 가격이 수요 증가와 기상 악화 전망으로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마트에서 설탕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이상 기후 현상으로 설탕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인도 등 설탕생산국가의 자연재해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설탕 공급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24일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미국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7월물 설탕 가격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3.73% 오른 파운드당 24.74센트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3월 세계 설탕 가격지수는 127.0으로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는 올 1월의 116.8 대비 8.8%, 작년 10월 109 대비 16.5% 오른 수치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을 생산하는 브라질에서 기상변이로 인해 생산량이 큰 폭의 감소를 보인데다 2위 수출국인 인도에서도 원당 수출을 규제하며 공급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자 선물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 설탕 가격은 앞으로 계속 오를까. 

해외 전문가들은 악천후로 설탕 생산국들의 생산량이 줄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S&P의 설탕 분석가인 지리쉬 침월은 CNBC와 지난 19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설탕 생산자들을 괴롭히는 기후위기를 언급하면서 "설탕 펀더멘털은 단기적으로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당 선물 가격이 파운드당 21~24센트 범위의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상품 데이터 플랫폼 DNEXT의 수석 설탕 분석가인 존 스탠스필드는 "제과 및 설탕 기반 음료의 가격 상승은 설탕 가치 상승을 포함할 것"이라면서 "가공 식품의 가격은 세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초콜릿 바에는 우유, 코코아 가루 등이 있으며 이러한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품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와 인건비도 상승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탠스필드는 이어 "최근 몇 주 동안 아시아의 사탕수수 파쇄기가 진정되기 시작했고, 주요 생산국들 특히 인도, 태국, 중국, 파키스탄에서 대규모 하향 조정이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는 브라질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설탕 생산국이나 내수 소비 비율이 높은 편이다. 미국 농무부(USDA)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 태국, 인도, 호주, 과테말라, 유럽연합, 멕시코, 파키스탄 등이 주요 설탕 수출국이다.

2021년 기준 각국 설탕 생산량 대비 수출량 비중은 태국(98%), 호주(76%), 브라질(73%), 인도(32%), 멕시코(27%), 유럽연합(8%), 파키스탄(7%) 순으로 태국·호주·브라질 산 설탕이 세계시장에 많이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인도 설탕 무역 협회는 4월 초 2022년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의 작물 연도에 대한 설탕 생산량 추정치를 거의 3% 줄였다. 이 협회는 마하라슈트라의 계절성 강우량을 인용했는데, 이 강우량은 이 나라 설탕 생산량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생산량 감소는 설탕의 원료가 되는 사탕무 재배 토지 면적 감소와 극심한 여름 가뭄으로 인한 유럽의 사탕무 작황 부진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속적으로 회복되는 수요로 인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설탕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설탕 생산량의 80%는 사탕수수에서, 20%는 사탕무에서 나온다.

또 1위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도 비로 인해 수확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브라질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사탕수수 수확은 4월부터 12월까지 이뤄진다.

피치 솔루션의 상품 분석가 매튜 비긴은 "브라질 중남부 지역의 수확량은 모니터링할 수 있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면서 "설탕 가격이 지금 너무 높아서 브라질 수확이 시장에 나왔을 때 가격이 상당히 냉각되더라도 가격은 여전히 역사적인 수준 이상으로 상승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석유 생산량을 하루 약 116만 배럴 감축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피치 솔루션은 지난 13일자 보고서에서 사탕수수가 에탄올 생산과 설탕 공급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했다고 밝혔다.

설탕 가격 급등세가 이어질 경우 식량 불안을 겪는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설탕 소비와 수입 수요가 높은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 큰 타격이 전망된다.

KB증권 ESG솔루션팀 김준섭·최효정 연구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세계 설탕 소비량은 2030년까지 196메가톤(MT, 2022년 175MT, CAGR 1.4%)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자, 아이스크림처럼 설탕과 연관된 가공식품 가격이 올라가는 '슈거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구 온도는 꾸준히 올라간다는 전망 하에 식자재와 관련된 인플레이션 현상들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보다 빈번하게 이상 기후가 발생하면 식자재 공급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후위기로 촉발된 식량 위기와 관련, 스마트팜 관련 기업과 대체육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준섭·최효정 연구원은 "스마트팜은 ICT 기술을 바탕으로 외부 환경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농작물들을 재배할 수 있다. 스마트팜의 강국인 네덜란드는 척박한 농업환경에도 무역흑자의 66%가 농업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육은 고기를 대신하는 식품으로 식량을 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슈거플레이션' 현상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근 신세계 푸드가 국내 20~30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7.6%가 대체육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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