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추이.(단위: 억 원) 자료=한국거래소
월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 추이.(단위: 억 원)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최근 공매도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증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4월 3일~21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60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3730억원이었던 공매도 거래대금은 2월 들어 4320억원으로 늘어났다가 3월 4259억원으로 줄며 다시 안정화되는 듯 보였으나, 이달 들어 1779억원(41.8%) 증가하며 반등세로 돌아섰다. 

코스닥 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달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3582억원으로 전월 대비 694억원(24.1%) 증가했다. 지난 1월(835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기법으로, 보통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사용한다. 1만원짜리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9000원으로 하락했을 때 사서 갚으면, 1000원의 차익이 남는 식이다. 공매도 거래대금이 급증했다는 것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공매도 급증을 이끄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4664억원으로 1월(2516억원) 대비 85.3% 증가했다. 코스피 전체 공매도 거래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1월 67.5%에서 4월 77.3%로 9.8%포인트나 늘었다. 기관(1287억원, +13.6%) 및 개인투자자(865억원 +6.5%)도 공매도 거래가 늘었지만, 비중은 각각 30.4%→21.3%, 2.2%→1.4%로 줄어들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기관의 공매도 규모도 크게 늘었다. 기관투자자의 4월 코스닥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1274억원으로 1월(269억원)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스닥 전체 공매도 거래에서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2.3%에서 35.6%로 늘었다. 외국인 또한 같은 기간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이 532억원에서 2236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개인투자자도 33억원에서 7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비중은 4%에서 2%로 반 토막이 났다. 

일각에서는 최근 반도체 및 2차전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한국 증시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하락장을 예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최근 화제가 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4월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332억원으로 코스닥 전체 공매도의 37.2%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5월부터 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코스피 월별 등락을 보면 5월에 하락할 확률이 61.5%로 가장 높다. 코스닥은 더하다. 코스닥의 연초 효과는 코스피보다 크다”며 “이런 계절성은 올해도 반복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지금의 주식시장 주변 여건을 둘러보면 글로벌 경기는 바닥에 근접하고 있지만 실적 컨센서스가 바로 돌아서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금리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이런 시황에서 요구되는 자세는 덤덤하게 실적 컨센서스의 상향을 기다리는 것이지만, 일부 투자자들이 2차 전지를 중심으로 변동성을 키워 놓은 상태여서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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