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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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정부가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선 가운데,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일 정부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게임산업 규제 개선 및 진흥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를 통해 P2E 게임과 게임질병코드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또 현행 게임산업법 내 진흥과 규제 내용의 균형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는 올해 3분기 중 나올 예정이다.

업계는 이번 조사로 4년 가까이 지속된 게임 질병코드 논란에 결론이 지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조사에서 게임 질병코드와 관련해 청소년 보호와 사행성, 게임 과몰입, 중독 등 게임 관련 위험성을 검토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이미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두고 연구 용역을 진행했는데, 이를 재차 진행하는 것을 두고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2019년 5월에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 기자회견 = 뉴시스
2019년 5월에 열린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 기자회견 = 뉴시스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19년에 게임 중독을 ‘게임 이용 장애’로 규정하고 정식 질병코드를 부여한 것이다. 질병코드가 부여되면 각국 보건당국은 관련 통계를 작성해야 하고,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된다.

정부와 업계 내에서는 WHO의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두고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다. 찬성하는 측에서는 코드 도입으로 게임 중독에 대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치료 방법이 연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국제 기준에 맞춰 게임중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도입된다면 게임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통계법에 따르면 빠르면 2025년부터 게임 중독 질병코드 도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질병코드 도입으로 초래될 사회적 낙인 효과로 게임이용자와 게임산업 종사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퍼질 것을 우려한다. 국내 게임 산업 위축도 우려된다. 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간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에 따르면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2년간 게임산업에 8조 8천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8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2019년부터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질병코드 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부위원 8명과 민간위원 14명 등 총 22명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는 국무조정실 주재로 2019년 7월 23일 처음 회의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3건의 실태조사도 실시되었으며 지난해에 완료되었다. 실태조사는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분석 ▲게임이용 장애 국내 실태조사 기획 ▲게임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으로 나눠 진행되었다. 민간협의체의 마지막 회의는 올해 1월 12일에 개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재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의 과학적 근거 분석’ 연구를 진행한 안우영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결과보고서를 통해 “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재 과정에서 참고한 다수의 연구 논문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질병코드 도입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게임의 법적 지위 역시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문화예술진흥법 일부 개정안으로 인해 게임이 법적으로 '문화예술'의 범주에 포함되었으며,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게임산업진흥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대신 ‘게임 과몰입’이라는 표현을 쓰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국회 과방위 간사 조승래 의원은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지난해 게임을 문화예술의 범주로 인정하는 문화예술진흥법이 통과된데 이어 게임산업법상 중독 용어까지 삭제돼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에 국회가 기여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지난 정부부터 이어져 오던 게임중독 질병코드 논의가 지지부진해 우려스럽다. 윤석열 대통령이 게임산업 진흥 등 다양한 게임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의지를 가지고 민간협의체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막을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도 발의되었다. 지난 2월 27일 이상헌 의원은 제11차 WHO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에 포함된 게임이용장애의 국내 도입을 막고자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통계청이 국내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참고’만 하도록 하여 국제표준분류의 기속성을 약화하고, 국내표준분류 작성 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수렴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17일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되며 검토보고서가 발간되었다. 김일권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를 통해 “개정안이 국제표준분류의 문제점이 한국표준분류에 그대로 반영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우리나라 상황을 보다 적절하게 반영하는 표준분류 작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게임이용장애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게임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할 경우 관련 규제와 낙인효과가 일으킬 악영향에 대해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작성하지 않을 경우 국가 간 통계비교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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