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25.7원)보다 2.9원 내린 1322.8원에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2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25.7원)보다 2.9원 내린 1322.8원에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무역수지 악화 등 내부요인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1332.3원까지 치솟으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중 최저점인 지난 2월 2일 1220.3원과 비교하면 112원(+9.2%)이나 오른 것. 다만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마감 전 매도 물량이 대규모로 쏟아지면서 전일 대비 2.9원 내린 1322.8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0월 1442.5원까지 올라 10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 2월초까지 1200원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후 다시 반등을 시작해 최근 다시 1300원대를 돌파한 상태다.

환율 급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꼽힌다. 미 연준은 지난 2월과 3월 열린 두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모두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며 긴축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며 못을 박은 데다, 오는 5월 FOMC에서도 0.25%포인트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연준이 추가 인상을 결정할 경우 한미 금리차는 역대 최고 수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2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5월 25bp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 확대 경계 또한 공존했다”며 “한은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하고 있음에도 경기 부진으로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금융시장에 지배적이다. 반면 미국은 5월 25bp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으며 내수 경기 역시 고용시장을 중심으로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화 약세를 연준의 추가 긴축이라는 외부 요인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달러화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다른 주요국 통화와 달리 원화 환율은 맥을 못추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달러화 가치는 1.5% 하락했고,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불거진 3월초 이후로는 2.4%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는 하락한 상황”이라며 “원화와 달러간 차별화, 즉 비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이어 “원화 약세 원인으로 주로 지목되는 것은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지만 여타 통화 가치의 경우 같은 리스크에 불구하고 상승 중임을 고려하면 미 연준 통화정책 기조만으로 원화 약세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최근 원화 약세에는 국내적 요인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이유로는 국내 경제의 부진이 꼽힌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수출 감소세는 이달 들어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23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무역수지는 41억3900만 달러 적자로, 이 가운데 대중 적자가 19억9600만 달러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최재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 압력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메털 약화, 특히 예상보다 부진한 수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대중 수출과 반도체 수출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폭도 올해가 시작한지 3개월만에 224억 달러에 달해 작년 전체 무역수지 적자폭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을 기록해 환율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연구원 또한 “동절기가 지나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대중국 및 반도체 수출 회복이 지연되면서 무역수지 적자 탈출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공산이 커졌다”며 “경상수지 적자와 더불어 올해 재정수지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은 원화 가치에는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국내 경제 펀더멘털이 회복되면서, 원화 가치가 다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찬희 연구원은 “SVB발 은행위기는 정점을 지났고, 중국경제 회복이 서비스업 중심으로 나타나나 하반기부터 제조업으로 온기가 확산돼 한국의 수혜 또한 가시화될 것”이라며 “2분기 중순을 지나며 원·달러 하락을 제어했던 요인들이 순차적으로 해소되며 재차 달러화지수와 동조화되는 흐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재민 연구원 또한 “향후 중국 경기 회복이 점차 진행되고 반도체 경기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교역조건 개선 등으로 원화의 약세가 점진적으로 되돌려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경제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원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상현 연구원은 “2분기 중국 경기 정상화, 특히 생산 및 투자 정상화에 힘입어 2분기말 혹은 3분기초 대중 수출 회복을 통해 국내 수출경기 회복 시그널이 가시화된다면 원화 가치는 강세 추이를 보일 것”이라면서도 “반면 예상보다 약한 중국 경기회복세와 더불어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증폭된다면 원화 가치의 추가 약세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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