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탈(脫)중국 선언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을 받자 "이 정부에서 탈중국을 선언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 17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3월까지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78억8000만달러로 전체무역에서 34.9%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흑자 1위 대상국이었던 중국이 이제는 적자 1위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대안도 준비 안 된 상황에서 탈중국을 선언한 정부의 태도가 너무 성급하다"면서 "(추경호)부총리도 중국 흑자 보는 시대는 지났다고 입장을 바꿨는데 제가 볼 땐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이 정부에서 탈중국 선언한 적 없다. 중국은 우리 경제,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무역 그리고 경제협력 파트너 국가 중 하나"라며 "우리 국익이나 그리고 상호 존중 차원에서 대중국 관계는 계속 우리가 존중하면서 협력 확대를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해 6월 2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중국 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내수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수석은 그러면서 "중국의 대안 시장이 필요하고 시장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한국의 수출에서 2003년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뒤 한 번도 2위로 밀려나지 않았다. 비중도 2010년에 처음으로 25%대로 올라선 이후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20~26%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중국은 한국의 수출·수입 점유율 각각 19.7%·19.9%로 모두 1위다. 비중이 예전보다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10% 내외인 유럽과 비교 시 거의 2배에 가까운 중국과의 교역을 다른 지역과 국가로 분산할 필요성을 우리 정부가 거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지난해 7월 1일 홈페이지에 올린 당일자 정례 브리핑 질의응답록에 '브리핑 후 모 기자의 추가 질문이 있었다'며 브리핑 때 하지 않았던 답변을 추가 기재했다.

질문 내용은 "최 수석은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기간 언론브리핑에서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유럽과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내에서 '탈중국론'에 대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불러일으켰다. 중국 측은 어떤 논평이 있나?"는 것이었다. 

자오리젠 중국 대변인은 "최상목 수석의 발언 내용을 알고 있으며, 관련 내용이 중한 양국에서 주목과 반향을 부른 것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한·중 간 교역은 전년 대비 26.9% 증가해 한·미, 한·일, 한·유럽 간 교역의 합계를 초과했다. 한국의 대중 무역은 646억30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면서 "이는 중·한 경제가 고도로 융합돼 있어 내 안에 네가 있고 네 안에 내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중·한 경제·무역 협력 발전의 근본 동력은 호혜·공영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1월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3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단독 특별연설에서 '행동하는 연대를 위하여'를 주제로 연설 뒤 클라우스 슈밥 WEF회장과 대담에서 "일본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와 거의 보편적 가치를 함께하는 유사한 정치, 사회, 경제 체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에 대해선 "우리와 다른 점이 좀 있다"고 언급,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변명하지 마십시오. 탈중국 외친 것은 윤석열 정부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탈중국’이라는 단어를 쓰지는 않았으니 탈중국을 선언한 적은 없다는 말이냐"면서 국민 모두 아는 사실을 이런 식으로 부정한다고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또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이를 대신할 시장이 필요하다'고 했던 최상목 경제수석은 다른 정부 사람인가?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은 우리와 좀 다르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탈중국하겠다는 말이 아니었는가"라며 꼬집었다. 

이어 "가치동맹을 주창하며 탈중국을 외쳐 놓고 이제 와서 중국의 리오프닝에 무역 수지가 개선될 것이라는 외치고 있으니 한심하다"면서 "경제는 현실로, 말장난으로 면피할 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제통상 전문가는 "추경호 부총리가 "이 정부에서 탈중국 선언한 적 없다"라고  답변한 것은 중국과 교역에서 수지가 나빠지고 있는 만큼 유럽 및 다자 무역으로 확대해 경제적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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