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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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의 점포폐쇄 대책을 두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노조를 중심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은행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점포를 축소하자,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의 점포폐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6714개에서 2022년 5810개로 904개(-13.5%)나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거래가 위축되면서 매년 300개 가량의 점포가 줄어든 셈이다. 

금융위가 발표한 방안의 핵심은 기존에 마련된 ‘점포폐쇄 공동절차’의 운영을 내실화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은행들은 점포폐쇄 결정에 앞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점포폐쇄 결정시 대체수단을 마련하도록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해당 절차에도 불구 폐쇄 점포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공동절차가 실효성 있게 운영될 필요성이 있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앞으로 점포폐쇄 전 기존 이용고객 의견을 수렴하고 그에 따라 대체수단 조정, 영향평가 재실시 또는 점포폐쇄 여부를 재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점포를 폐쇄한 뒤 이용고객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공동점포 등의 대체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발표한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아무리 개선한다고 해도 결국 은행권의 자율 규제 가이드라인인에 불과한 만큼, 절차를 위반해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가속화되는 점포폐쇄 추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것.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금융위가 내실화 방안을 발표한 13일 논평을 내고 “은행 점포폐쇄는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므로 법률이나 최소한 감독규정에서 그 절차를 정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위TF는 절차를 지키지 않을시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은 ‘공동절차’라는 틀을 유지했다”며 “따라서 폐쇄절차에 추가된 ‘의견수렴’ 등은 지켜지지 않거나 매우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점포폐쇄 전 실시하는 사전영향평가에 참여하는 외부전문가를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고, 그 중 한 명은 지역인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금감원은 이미 지난 2021년 2월 사전영향평가 실시 및 외부전문가 참여 등의 내용이 담긴 점포폐쇄 공동절차 개선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개선안 시행에도 불구하고 은행 점포 수는 2021년 310개, 2022년 291개 폐쇄됐다. 금융노조는 “외부전문가는 1명이냐 2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어떤 기준에 따라 선임하고, 해당 외부전문가의 평가를 어떻게 객관화하고 사후적으로 평가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고기능무인자동화기기(STM)가 점포폐쇄의 대체수단에 포함된 것 또한 비판을 받는 부분 중 하나다. STM은 영상통화, 신분증스캔 등 본인인증을 거쳐 예·적금 신규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다. 하지만 은행원과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창구 업무에 익숙한 고령층 등이 STM에 쉽게 적응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실제 신한은행은 지난 2021년 월계동지점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STM 등이 설치된 디지털 라운지를 설치하려 했으나, 지역 주민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직원 3명이 상주하는 디지털 출장소로 전환해 운영하기로 계획을 바꾸기도 했다.

금융위 방안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은행의 점포폐쇄 추세를 막기 위해 자율규제 강화가 아닌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실질적인 처벌 규정이 마련돼야 무분별한 점포폐쇄를 막을 수 있다는 것.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19일 논평을 내고 “금융위가 발표한 방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존의 ‘은행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개정하는 것으로, 규제의 수준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고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라며 “금융위가 지적한 문제의 핵심은 ‘은행이 공동절차를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인데, 그 대안으로 ‘공동절차 개정’을 내놓은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이어 “금융당국이 진정으로 점포폐쇄를 막을 의지가 있다면 강제성있는 법률 혹은 제도를 만들어야 하며 ‘은행 제재수단’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 또한 지난 17일 다시 논평을 내고 “금융당국의 개선안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전영향평가뿐만 아니라 법제화나 감독규정 개정 등 강한 규제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금융노조는 여러 정당과의 연대를 통한 법 개정 투쟁을 통해 금융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무분별한 은행 점포폐쇄 중단 투쟁을 계속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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