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행동주의펀드 대상 기업 수(왼쪽) 및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규모 추이. 자료=자본시장연구원
국내 행동주의펀드 대상 기업 수(왼쪽) 및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규모 추이. 자료=자본시장연구원

[이코리아] 올해 들어 행동주의펀드의 활약에 힘입어 주주제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펀드가 주주 권리를 대변하며 국내 자본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의 활약이 장기적인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둔화된 행동주의펀드의 활약은 지난해부터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Lazard)에 따르면, 글로벌 행동주의 캠페인은 지난 2018년 이후 감소추세를 보이며 2021년 173건까지 감소했으나 2022년 들어 전년 대비 36% 증가한 235건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최근 행동주의펀드 현황 및 국내 시사점’ 보고서에서 “2020~2021년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여러 기업들이 비상 운영체제에 들어가면서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이 둔화됐다”며 “하지만 이러한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둔화됐던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은 각국의 긴축정책으로 글로벌 증시가 악화되면서 다양한 기업경영상의 문제가 나타났고 이러한 점이 행동주의펀드에게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행동주의펀드의 활약은 뚜렷하게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의결권 조사기관 인사이티아(Insightia)에 따르면, 행동주의펀드의 대상이 되는 국내 기업은 지난 2017년 3개에 불과했으나, 2021년 27개, 2022년 47개로 급증했다.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또한 2018년 580개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1094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2016년 스튜어드십코드가 국내에 도입된 데다, 2020년 감사위원회 분리선출과 최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 규정 시행,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주식 10% 이상 취득 및 6개월 이상 보유 의무 폐지 등으로 행동주의펀드가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행동주의펀드의 활약이 활발하게 펼쳐졌다.  ESG 전문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가 최근 발표한 ‘2023 정기주주총회 시즌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211개사의 안건 1494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44개로 전년(28개) 대비 16개(57%) 늘어났다. 서스틴베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의 고질적인 저평가의 원인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부각됐다”며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들이 국내 주주행동주의 부상을 이끌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2023년 정기주주총회 주요 주주제안 안건 및 제안자. 자료=서스틴베스트
2023년 정기주주총회 주요 주주제안 안건 및 제안자. 자료=서스틴베스트

특히, KT&G, BYC, 태광산업, 하이록코리아, JB금융지주, 남양유업 등은 국내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자로 나서 현금배당확대, 이사·감사 선임,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했다. 

비록 주총 표 대결에서 행동주의펀드가 승리한 사례는 드물지만,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개선된 주주환원정책을 내놓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올해 초 은행주 저평가 해소 캠페인을 이끌며 주요 금융지주사에 구체적인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실제 다수의 금융지주사는 주총 시즌에 경쟁적으로 배당확대·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환원율 제고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행동주의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며 장기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이끌 수 있을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동주의펀드가 단기 이익을 위해 경영에 개입할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제고하려는 노력이 방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이 과거에는 외국계 행동주의펀드가 대기업 중심이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 국내 행동주의펀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도 하며 경영에도 깊이 관여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 행동주의펀드의 적극적 활동이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만큼 기업의 단기적인 주가상승이나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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