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손익 추이.(단위 :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실손의료보험 손익 추이.(단위 :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이코리아] 지난해 실손의료보험은 손해율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적자 행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의 수익성이 계속 하락하면 보험료가 상승해 일반 가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보험사기 방지 등의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료 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사업비를 제외한 보험 손익은 1조5300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실손보험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째다. 

다만 적자 폭은 줄어들었다. 실제 지난 2021년 실손보험 적자는 2조8600억원으로 2022년 들어 1조3300억원(46.5%)이나 줄어들었다. 발생손해액을 보험료수익으로 나눈 경과손해율 또한 2022년 기준 101.3%로, 전년(113.1%) 대비 11.8%포인트 감소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가 줄어든 원인으로 ▲4세대 실손보험으로 계약 전환 ▲실손보험료 인상 외에도 ▲비급여 과잉진료 방지 노력을 꼽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경찰청·대한안과의사회와 함께 백내장 과잉진료 및 보험금 누수방지를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으며, 5월에는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을 개정해 공정한 보험금 심사기준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대법원이 지난해 6월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경우 통상 1회당 25만원 수준인 통원의료비 보장한도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과잉진료 감소 추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과잉진료 및 보험사기는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일부 의료기관은 허위 진료를 통해 과도한 보험금을 청구한 뒤 이를 환자와 나눠가지는 등의 방식으로 보험사기를 일삼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공개한 보험사기 사례에 따르면, A병원은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비를 부풀린 허위 진료비영수증을 발급한 뒤, 환자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되면 이 중 일부를 병원 관계자 계좌로 이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A병원은 보험사기 브로커를 통해 실손보험 가입 환자들을 소개받고 알선수수료를 지급하기도 했다. 

또한 B한의원은 실손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보신제 등을 처방한 뒤,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치료제로 허위 진료기록부를 교부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B한의원 또한 브로커에게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를 소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방식의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 규모도 작지 않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금액은 적발된 것만 1조818억원으로 전년(9434억원) 대비 1384억원(14.7%)이나 증가했다. 특히 ‘진단서 위변조 및 입원수술비 과다청구’ 유형은 2468억원으로 전년(1835억원) 대비 633억원이나 늘어났다. 

과잉진료 및 보험사기가 만연하면,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돼 보험료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선량한 일반 가입자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금융당국의 노력으로 과잉진료 대응이 강화되고 있지만, 점차 다양화·고도화되고 있는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보험사기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제정되었으나, 최소한의 사항만을 규율하고 있어 종합적・실효적 대응을 위한 근거법령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정당한 보험금 청구와 보험사기를 명확히 구분하여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보험사기에 관한 대책 강화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는 이미 16건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해당 법안들은 금융당국이 보험사 및 관계기관에 자료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보험사기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범죄자에게 보험금 반환의무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일부 법안에는 브로커들의 보험사기 알선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조항도 포함됐다. 

문제는 입법 논의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는 보험사기 방지법 개정안이 안건으로 올랐지만 다른 법안에 밀려 실제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편, 금감원은 “도수치료 등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주요 비급여 진료항목에 대해 실손보험 보상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겠다”며 “보험사기 의심 청구 건 등에 대해서는 엄밀한 심사를 실시해 보험금 누수 등 보험료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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