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7일 시장 기대를 하회한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삼성전자가 지난 7일 시장 기대를 하회한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이코리아] 올해 들어 기업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하회했음에도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가가 실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실적과 주가가 거꾸로 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연결기준)으로 각각 63조원,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95.75% 감소했다.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한 ‘어닝 쇼크’(Earning shock)였음에도 실적발표일인 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2700원(+4.3%) 오른 6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13일(6만6100원)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 ‘부진’에 오르고 ‘호조’에 내리고... 투자자는 ‘혼란’

증권가에서는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어닝 쇼크에도 오른 이유로 ‘감산’을 꼽았다.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삼성전자가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선언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리라는 기대감이 커져 주가가 올랐다는 것. 

하지만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가 반대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6일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다음 거래일인 9일 주가는 5만9000원에서 6만700원으로 1700원(+2.9%) 올랐다. 공식적인 감산 발표가 없었음에도 한 달여 만에 6만원을 넘어서며 반등에 성공한 것. 지난해 4월 7일 삼성전자가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발표했을 때는 오히려 주가가 6만8500원에서 6만8000원으로 500원(-0.73%)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실적과 주가가 반대인 기업이 삼성전자뿐인 것도 아니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 발표 다음 거래일인 지난 1월 9일 주가(9만5100원)가 전거래일(9만700원) 대비 4400원(4.9%) 올랐다. 당시 LG전자는 4분기 영업이익이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2%나 감소했다고 밝혔지만, 올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가 급등했다. 포스코홀딩스 또한 지난 1월 20일, 지난해 4분기 37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30만500원에서 30만8500원으로 8000원(+2.7%) 상승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및 주가 추이. 자료=삼성증권
삼성전자 영업이익 및 주가 추이. 자료=삼성증권

◇ 주가, 실적보다 기대 반영하는 선행지표?

‘어닝 쇼크’에는 주가가 오르고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에는 주가가 내리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가와 기업 실적은 관계가 없다거나, 주가는 실적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주가가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의 전망을 반영하는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실적과 반대로 가는 주가 흐름이다. 지난 금요일 예상치를 대폭 하회한 영업이익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른 삼성전자의 흐름이 대표적인 예”라며 “이는 주가가 미래에 대한 기대로 움직이는 대표적인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이어 “2021년 삼성전자는 매 분기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그때마다 주가는 빠졌다. 당시 실적은 좋았지만 향후 반도체 시황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실적이 나쁜데 주가는 오르고 있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주가는 하반기 반도체 업종의 턴어라운드를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의 실적 변동 및 주가 등락 현황. 자료=한국거래소
2017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의 실적 변동 및 주가 등락 현황. 자료=한국거래소

◇ 주가·실적, 일반적으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다만 주가는 실적과 관계가 없다거나, 실적과 반대로 움직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다수의 연구결과는 주가는 보통 실적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장 기대보다 좋은 실적을 보인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017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법인 629개가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결산실적과 주가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2016년보다 실적이 호전된 기업은 2017년 코스피 평균(20.63%)보다 초과된 수익률을 달성했지만, 실적이 악화된 기업은 코스피 평균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한 281개 기업의 주가는 평균 30.22% 상승해 코스피 수익률을 9.59%포인트 상회했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한 348개 기업은 주가가 9.68% 상승하는데 그쳐 코스피 수익률을 –14.31%포인트 하회했다.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연구팀이 지난 2019년 국내 학술지 ‘재무관리연구’에 발표한 논문 ‘기업 분기 실적 발표의 정보효과’에도 기업이 발표한 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초과·미달했을 때 주가는 실적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연구결과가 담겨 있다. 논문은 2004년 1분기부터 2016년 4분기까지 13년 동안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의 분기 실적발표 15일 전부터 15일 후까지 31일간의 주가 추이를 분석했는데, 발표된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초과한 경우 누적평균비정상수익률(CAAR)은 2.13%, 미달한 경우는 –1.37%를 기록했다. 시장 기대보다 실적이 좋으면 주가가 오르고 나쁘면 내렸다는 것. 

 

2004~2016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의 분기실적 발표에 대한 주가 반응. 자료=한국재무관리학회
2004~2016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의 분기실적 발표에 대한 주가 반응. 자료=한국재무관리학회

다만 논문은 실적 발표 당시의 주식시장 환경에 따라 주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논문에 따르면, 실적이 시장 기대를 초과한 경우보다 미달한 경우 차이가 두드러졌는데, 주식시장이 상승·횡보하는 시기에는 ‘어닝 쇼크’가 주가를 하락시키지만 주식시장 하락기에는 ‘어닝 쇼크’에도 주가가 오히려 올랐다. 실제 주식시장 하락기에 시장 기대를 밑도는 실적이 발표된 경우, 발표 전후 31일간의 CAAR은 0.08%로 양(+)의 값을 기록했다.

논문은 “주가지수가 하락하는 시기에 실적 발표 전부터 애널리스트들의 부정적인 이익추정치가 주가에 반영되고, 따라서 발표된 실적이 시장기대치에 미달하는 경우에 주가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실적 발표의 정보효과가 주식시장 환경에 따라 차별적임을 시사하는 의미있는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검증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주가는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미래 전망과 업황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하는 만큼, 발표된 실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이는 특정 시기의 주식시장 상황에 따른 현상일 수 있으며, 다수의 연구결과는 주가가 실적과 일반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 참고자료

삼성증권, ‘주간 추천종목 10선(1월 2주) 실적과 주가가 반대로 가는 이유’, 2023

전성문·위정범, ‘기업 분기 실적 발표의 정보효과’, 재무관리연구, 2019

한국거래소, ‘12월 결산법인 2017년 실적과 주가등락 분석(유가증권시장)’,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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