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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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비대면 금융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 은행 점포가 급속하게 줄어들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3일 ▲사전영향평가 내실화 ▲점포폐쇄 관련 정보공개 확대 ▲실질적 지원방안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앞으로 점포를 폐쇄하기 전 점포 이용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점포폐쇄 여부를 재검토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부득이하기 점포를 폐쇄할 경우, 금융소비자에게 불편이 없도록 소규모점포, 공동점포, 우체국·지역조합 등과의 창구제휴 등 적절한 대체수단을 도입해야 한다. 무인자동화기기(ATM)는 점포폐쇄의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다. 

또한 은행이 점포폐쇄와 관련해 이용고객에게 제공해야 할 정보도 늘어났다. 기존에는 폐쇄일자와 사유 및 대체수단 등을 고지했으나, 앞으로는 사전영향평가의 주요 내용, 대체점포 외 추가로 이용가능한 대체수단, 점포폐쇄 후 문의 가능한 담당자 연락처 등의 정보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점포폐쇄에 따른 금융소비자 불편·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은행은 점포폐쇄의 영향을 사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하며, 폐쇄점포 고객을 대상으로 우대금리 제공, 수수료 면제 등의 직접적인 지원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비대면 금융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디지털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홈페이지 및 금융앱(App)에는 고령자 모드를 신설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은행 점포폐쇄 규제는 금융취약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은행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2018~2019년 각각 20개, 57개씩 줄어들었던 은행 점포는 2020년 303개, 2021년 310개, 2022년 291개로 감소폭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이후 매년 300개가량 줄어든 은행 점포 수는 지난해말 기준 5810개까지 떨어졌다. 

 

2016~2022년 국내은행 점포폐쇄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2016~2022년 국내은행 점포폐쇄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은행 점포가 줄어들면 창구거래에 익숙한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021년에는 신한은행이 월계동지점을 폐쇄하려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처럼 은행 점포를 급속도로 축소하면서 은행권이 금융소비자를 배려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도 확대됐다. 특히, 은행권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영업시간을 정상화하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월 일부 소형 출장소를 대상으로 ‘중식시간 동시 사용’ 제도를 시범 운영하며 행원들이 점심을 먹는 1시간 동안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 1월 30일부터 시중은행의 영업시간이 정상화되기는 했지만, ‘이자장사’, ‘성과급 잔치’ 등의 논란이 겹치면서 은행권을 향한 신뢰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은행권도 점포 축소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비대면 금융거래 비중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존 점포 규모를 유지할 경우 막대한 비효율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입출금 및 자금이체 업무 중 인터넷뱅킹으로 처리된 비중은 77.7%로 2019년(60.4%) 대비 17.3%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창구 비중은 같은 기간 7.7%에서 5.5%로 2.2%포인트 감소했다. CD/ATM(25.8%→14.2%), 텔레뱅킹(6.1%→2.6%) 등 다른 금융채널의 비중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이 점포 수를 유지할 경우 비효율로 인한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점포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처럼 점포 확대·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여러 은행이 한 점포에서 함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점포’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금융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동점포가 활용되고 있다. 영국은 지난 2019년부터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은행 공동점포 ‘비즈니스 뱅킹 허브’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 범위를 확대했다. 일본의 경우, 지방은행인 치바은행이 다이시은행, 무사시노은행 등과 협약을 체결해 공동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우리·하나은행이 지난해 4월 은행권 최초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공동점포를 열었으며, 9월에는 신한·KB국민은행이 경기 양주 고읍, 경북 영주 등 두 곳에 공동점포를 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공동점포 운영이 아직 시작 단계로 그 수가 많지 않다.

한편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은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점포폐쇄 규제에 직면한 은행권이 ‘금융접근성 제고’와 ‘경영 효율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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