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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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비트코인이 3만 달러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 동력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이 테라·루나 사태의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시황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3일 낮 12시 현재 3만11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월까지 2만 달러 초반을 횡보 중이던 비트코인은 3월 들어 2만 달러 아래로 급락했다가 반등을 시작해 지난 11일 3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이 3만 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지난 2021년말 6만 달러를 돌파했던 비트코인은 금리상승과 함께 긴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테라·루나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화되면서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져, 연말에는 1만6000달러대까지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비트코인이 반등한 이유로는 미국발 은행위기가 꼽힌다. 실제 비트코인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폐쇄된 지난달 10일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당시 2만 달러 초반을 횡보 중이던 비트코인은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잠시 2만 달러 아래로 하락했다가 급등하기 시작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 22일에는 3만 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가격이 상승했다. 은행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비트코인이 투자자들로부터 안전한 대체자산으로 주목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금리상승 사이클이 곧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비트코인 상승 추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2일 열린 올해 첫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안에 금리를 인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연준이 긴축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한 만큼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계속 커지는 모양새다. 

연준의 금리인상 명분이었던 인플레이션도 조금씩 완화되는 추세다. 실제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2021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달 은행위기가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연준이 통화정책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만약 금리인상 사이클이 조만간 끝나 유동성이 증가한다면 암호화폐 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상승이 비트코인 반감기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에 대한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점으로,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반감기를 거쳤는데, 내년 4~5월 새 반감기에 진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트코인의 상승세에 힘입어 테라·루나 사태로 냉각된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심리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도박을 위한 토큰”이라며 “비트코인에는 실질적인 가치가 없지만, 그 사실이 룰렛을 돌리는 사람들을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가 전력시장과 기후변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기사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막대한 전력을 소모해 전기요금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암호화폐와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도 암호화폐 시장 활성화로 인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 NYT는 미국 내 34개 대형 채굴장의 전력소모량을 분석했는데, 각 채굴장은 최소한 미국 가구당 평균 전력소모량의 3만배 이상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4개 채굴장의 총 전력소비량은 3900MW로 이는 인근 300만 가구의 전력소비량과 맞먹는다. 

제시 젠킨스 프린스턴대 교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신속하게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채굴은 막대한 전력 수요를 발생시킨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를 감안할 때, 이것은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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