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김상협 민간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김상협 민간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그간 환경·청년·시민단체는 물론 국회에서 '기후위기 대응 포기 계획'이라 비판받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 및 기본계획'이 국회에 정식 보고‧심의 절차 없이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논란이다. 

12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의결한 기본계획은 탄녹위가 지난달 21일 공개한 초안과 큰 틀에서 달라진 게 없다. 

전 정부 때 상향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는 유지하면서 산업계 탄소 배출량 감축 몫은 줄인 것이 골자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4억3660만톤(t)으로 2018년 탄소 총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는 것이다. 

산업 부문은 원래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4.5%를 줄여야 했는데, 기본계획안은 산업 부문 감축률을 11.4%로 낮췄다. 이에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부문의 배출부담은 810만톤(3.1%포인트) 가량 더 배출할 수 있게 했다.

또 에너지 전환 부문 목표를 기존 44.4%에서 35.9%로 상향 조정해 원전 발전 비중을 32.4%까지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21.6% 추가 확대한다.

이번 기본계획은 지난해 3월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처음 수립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에 관한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탄녹위는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의지와 정책방향을 담은 청사진"이라면서 "노동계와 청년·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청회를 포함해 총 15차례 토론·간담회를 개최해 기본계획안에 각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심의에 앞서 "도전적 계획이기에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잘 알고 있으나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반드시 도달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다만 탄녹위가 말한 공청회 등은 환경·노동·시민단체의 반발 속에 사실상 반쪽으로 진행됐다. 

기본계획 초안이 첫 공청회 하루 전 공개되는 등 의견 수렴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탄소중립 기본계획 관련 국회에서도 강도 높게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시대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기본계획을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차례 공청회를 열고 간담회 몇 차례 진행하더니 제시된 의견을 제대로 검토할 겨를도 없이 정부안을 졸속 심의하려 한다"며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면피용 요식 행위로 여기고, 청년과 노동·시민단체를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파렴치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의동맹,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와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위협하는 기본계획을 의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2029년까지 조금씩 감축하다가 2029~2030년 1년에 약 1억톤 감축하는 로드맵이라 환경·시민단체들은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2018년 기준 2030년에 40%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정량적으로 표시하면 2018년 6억8600만톤에서 2030년에 4억3600만톤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환경·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산업계 민원을 알뜰히 들어줘 기업들의 탄소배출을 장려했다"며 "잔여 탄소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온실가스를 배출해 다음 세대에 급격히 줄여야하는 계획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1일 긴급성명을 내고 정부의 탄소중립계획이 법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탄소중립포기계획'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법정 기한을 사흘 앞두고 지각 공청회를 개최해 제대로 검토해 토론할 기회를 박탈했다"며 "2042년까지의 장기 계획이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 필수사항들이 누락됐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0년까지 탄소 예산의 90%를 소진한다. 긴축 부담의 75%는 후임 정부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윤석열 정부에 ▲2035년 신규 내연기관차 등록 금지 등 국민에게 약속한 기후 대응 목표를 탄수중립기본계획에 반영할 것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상향하는 등 현 정권 임기 내에 국제사회의 1.5도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박수홍 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 활동가는 12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그동안 추세를 보면 우리가 1억톤 가량 그 정도 줄여본 이력이나 경험이 없다. 특히나 여러 가지 이행경로나 감축사안들을 보면 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기정부에 떠넘기는 로드맵이란 문제도 있는데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보면 서서히 줄이는 방법이 아닌 급격한 감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시민·환경단체들 입장"이라면서 "설사 감축량을 달성해도 지구의 온도상승 1.5도 이내 제한을 달성하는데 부합하지 않는다.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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