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미국 NBC 방송 홈페이지 갈무리
출처=미국 NBC 방송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들을 도청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트위터 등 SNS에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해당 문건을 첫 보도했다.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는 먼저 NYT가 입수한 같은 문서의 일부 내용을 보도했다. 오픈 소스 조사 그룹 벨링캣은 이 문서가 지난 3월 디스코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처음 등장했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와 정보당국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전황이 주로 담겼는데, 특히 여기엔 대한민국 외교·안보 콘트롤 타워인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다른 나라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포탄을 미국에 제공할지를 놓고 고심한 대목이 고스란히 담긴 것.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차관은 9일 성명을 통해 국방부는 유출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기관 간 노력(interagency effort)"을 강화했으며, 법무부는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하순 미국 방문을 앞두고 파문이 확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코리아>는 NYT의 첫 보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살펴봤다. 

CNN은 10일 '유출된 펜타곤 문서는 동맹국과 적국에 대한 미국 정보의 깊이에 대한 드문 창을 제공'이라는 제목으로 유출 문건에 대해 보도를 업데이트했다.

CNN은 "스파이 활동은 미국 정보기관이 전 세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의 불가피한 부분"이라는 점을 짚으면서 "언급된 일부 국가의 외교관들은 CNN에 정보가 공개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보는 것은 좌절감을 주고 미국의 명성에 해롭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관련 CNN은 "이 문서는 이미 서울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국 관리들은 기자들에게 미국에 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복수의 외교관들의 입을 통해 "다른 나라의 관리들도 미국에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앞으로 며칠 안에 유출된 문서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기다리는 동안 아직 그런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 동맹국들은 피해 평가를 하고 있으며 유출로 인해 그들 자신의 출처가 손상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허둥지둥하고 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관계자는 "우리는 미국이 며칠 안에 피해 평가를 우리와 공유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들의 평가를 기다릴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우리만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또 나쁜 행위자들이 이미 유출된 문서들을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사상자 수가 기록된 문서는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 사망자 수를 절반 이상으로 줄인 후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 퍼졌다고 CNN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위터와 텔레그램에서 돌고 있는 이미지에 대한 질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에 미국과 나토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고 CNN에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상파 방송인 NBC는 10일 미 관리들의 발언을 빌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강도에 관한 미국의 기밀문서가 진짜일 수 있다면서, 미국의 스파이 기술 정보 누출에 대해 중점적으로 우려했다. 

NBC는 "이 문서에는 미국 정보 수집의 중요한 축인 전자 도청이라는 비밀 신호 정보에 기반한 정보에 대한 반복적인 언급이 포함되어 있다"며 "전직 미국 정보부 관리는 러시아가 정보원들을 차단할 수 있다면 러시아와 그 첩보 기관들에 대한 일부 신호 정보의 공개는 상당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관리들은 이 문서들이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있지만, NBC 뉴스가 입수한 문서 중 적어도 하나는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두 가지 버전의 문서가 온라인에 나타나 러시아 사상자 수에 대한 다른 추정치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BC는 "유출이 외국의 적에 의한 해킹의 결과인지, 아니면 미국 정부 내부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미국 정보 보고에 접근할 수 있는 미국의 동맹국을 통해 나온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책임소재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폭스 뉴스는 한국과 관련 '한국은 미국의 스파이 행위가 '사실이 아니다' 그리고 '변경되었다'고 주장하는 국방부 문서가 유출되었다고 말한다: 보고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11일 보도했다. 

폭스 뉴스는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일 미국은 세계 최고의 정보 능력을 가진 나라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이후 우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보를 공유해 왔다"며 한미 간 공조의 단단함을 강조했다. 

또 국방부는 화요일 폭스 뉴스 디지털이 한국 문서에 대해 질문했을 때 "유출된 문서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폭스 뉴스 측은 "(한국) 대통령실은 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1일 한국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문서의 대부분이 조작됐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의 보도를 인용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3명 중 1명 이상이 불신하는 언론으로 폭스가 꼽혔다. 퓨리서치센터는 지상파와 케이블TV 뉴스, 라디오, 신문, 온라인미디어 등 구독자와 시청자가 많은 뉴스 매체 30개를 선정해 성인 1만 2043명을 대상으로 신뢰도 조사를 실시했다. 

민주당 지지층은 전체의 67%가 CNN을 가장 많이 보지만, 이에 못지않게 NBC, ABC, CBS, PBS 뉴스도 주요한 뉴스원으로 조사됐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65%가 폭스뉴스를 신뢰했고, CNN에 대해 58%가 불신한다고 답했다. 

로이터정치연구소의 2019년 디지털뉴스 연구서에 따르면 민주당, 진보 성향의 이용자들은 온라인 뉴스가 주요 뉴스원이다. 반면 공화당과 보수 성향의 이용자들은 케이블TV와 신문으로 주로 뉴스를 접한다. 정보기술(IT)에 대한 숙련도, 나이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타임지는 11일 '10년 만에 가장 큰 정보 유출의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이번 기밀문서 유출 방식이 이전과는 다르다고 서문을 열었다. 

타임지는 "기밀 정부 문서의 유출과 관련, 유포 방식은 실제 정보만큼이나 명확하다"며 "2010년, 미국 육군 정보 분석가인 첼시 매닝은 민감한 자료를 출판하는 것으로 유명한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수천 개의 군사 및 외교 문서를 넘겼다. 3년 후, 에드워드 스노우덴은 출판물을 선택하기 위해 국가 안보국 계약자로서 수집한 수천 개의 기밀문서를 유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 국방부 고위 관리인 에블린 파카스의 말을 빌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평가와 다른 국가에 대한 민감한 브리핑과 함께 이 정도 규모의 정보 유출에 대해 이 중 어느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 유포된 방식이 완전히 공개된 상태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누구나 볼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 특이한 형식은 또한 더 많은 허위 정보와 혼란을 퍼뜨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외교적 여파가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타임지는 "문건 중 일부는 진품일 경우 미국이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한국 등 동맹국을 염탐해 입수했을 정보를 담고 있어 이번 유출이 이들 민감한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미국 동맹국들의 정보 공유 의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미국 유럽 육군 사령관으로 복무했던 은퇴한 미군 장교 벤 호지스의 말을 빌어 "특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유출은 확실히 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이 중 어느 정도가 진짜인지, 아니면 속임수인지는 잘 모르겠다. 조사를 통해 시스템의 신뢰성, 격차 및 취약성에 대한 통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기사 말미에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의 10일 브리핑을 소개하면서 "우리는 이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지 모른다. 동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사건의 미스터리함에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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