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금리인상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한은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금통위는 11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에서 유지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금통위는 지난 2월부터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됐다. 금통위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1년 반 동안 금리를 3.00%포인트 인상했으나, 최근 들어 긴축 속도를 조절하며 숨 고르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통위가 금리 동결을 결정한 배경으로는 물가상승률 둔화가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 올랐다. 이는 2월 상승률(4.8%) 대비 0.6%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지난해 3월(4.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둔화하기 시작해 올해 2월부터 4%대로 진입한 상태다.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이하 통방문)에서 “소비자물가는 3월중 상승률이 전월 4.8%에서 4.2%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이는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그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던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가 둔화된 데 주로 기인한다”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에는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금년중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금리동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소비가 지난해 4분기 부진에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내었지만, 수출이 IT 경기부진 심화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되었다”며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그간의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으며, 하반기 이후에는 IT 경기부진 완화, 중국경제 회복의 영향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2연속 금리동결에 나서자 금리인상 사이클이 드디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및 4월 연속 동결 결정으로 최종금리 3.5%에 대한 기대가 공고해질 것”이라며 “현재 기준금리가 중립금리(2~2.5%)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고, 경기도 둔화 또는 침체 흐름을 보이는 만큼 사실상 금리인상 기조는 종료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연준의 추가 긴축이라는 대외변수를 지켜볼 필요가 있으나 예상가능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경우 한은의 차기 통화정책 변화는 물가 변수에 좌우될 공산이 크다”며 “7월 연내 물가 저점이 확인될 경우, 8월부터는 물가 부담을 덜어낸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거나 인하의 시기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은은 아직 추가인상 가능성을 닫아두지 않고 있다. 실제 금통위는 이날 통방문에서 “국내경제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도 상승률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또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한 분은 최종금리를 3.5%로 동결하는게 적절하다고 했지만, 나머지 5명은 당분간 3.75%로 가는 걸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며 “물가경로가 장기목표인 2% 목표로 가는 것이 확인되기 전에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