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삼성전자 주가는 실적과 거꾸로 간다”는 말이 또 한 번 들어맞았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지난 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2700원(+4.3%) 오른 6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발표 전날인 6일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1600원(-2.5%) 하락했지만, 실적 발표 이후 하락분을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로 주가가 급등한 것. 삼성전자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6만5000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6월 9일 이후 10개월 만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1분기 잠정실적이 충격적이었다는 점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연결기준)으로 각각 63조원, 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95.75%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14년 만이다. 잠정실적인 만큼 사업부문별로 구체적인 실적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에서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급락에도 불구하고 큰 폭으로 오른 이유는 감산 발표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날 “의미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메모리 가격이 급락해도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삼성이 감산을 공식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감산을 시작한 상황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까지 감산 동참을 선언한 만큼, 메모리 가격이 바닥을 치고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를 부양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그 동안 시장 상황보다는 과거의 성공 공식에 집착했던 삼성이 드디어 시장의 심각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결단을 내렸다”며 “아직 변수는 많이 남아 있지만, 재고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은 시장 심리와 메모리 구매 수요 등 여러 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삼성전자의 이번 감산 발표를 ‘일거양득’이라고 평가했다. 고객사의 메모리 가격 하락 기대감을 줄이고 감산 장기화로 인한 재고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 고 연구원은 “감산이 장기화되면 경쟁사 대비 재고 축적 속도가 가속화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 감산 결정이 없었다면 경쟁사 대비 더 많은 재고를 소진 시키는데 업사이클(Up-Cycle)을 소모할 수 있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발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격차 확대와 동시에 이익 극대화도 얻는 적정 시점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감산으로 반도체 시장 수급이 균형을 찾으면서 조만간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하락세로 인해 삼성전자 실적 부진은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하락폭은 D램 –1%, 낸드(NAND) -1%로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 연구원은 이어 “삼성전자가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점이 수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2분기부터 진행된 고객사의 공격적인 재고 조정으로 세트 재고가 1분기 피크를 치고 감소로 전환했다. 메모리 재고도 2분기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 또한 “감산 영향이 본격화되며 2분기 재고 피크 아웃(Peak out) 가시성이 재차 높아질 것”이라며 “당분간 가격 하락세는 지속되겠지만 하락폭이 축소되는 가운데 거래가 확대되고 구매자들의 주문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 업황 개선을 확신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승우 연구원은 “(메모리) 재고가 많아도 너무 많다. 수요도 기존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의 매크로 및 수요 상황을 보면 기존 우리의 가정보다 더 보수적일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경우 시장 예상보다 훨씬 낮은 수요 증가율을 가정하고, 자신들도 감산 규모를 더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삼성의 추가 공식적 감산도 이러한 의도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만일 메모리 업체들의 감산 공조가 잘 작동하게 된다면 설령 메모리 수요 회복이 더디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메모리 반도체의 업황은 하반기 이후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 주가는 10일 낮 12시 현재 전일 대비 900원(+1.38%) 오른 6만5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어닝쇼크’에도 급등한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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