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본사 사옥. 사진=한화그룹
한화그룹 본사 사옥. 사진=한화그룹

[이코리아]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만을 남겨놓고 있다. 유럽연합(EU) 포함 해외 경쟁당국은 모두 승인했는데, 공정위 측이 방위 산업 분야의 경쟁 제한 이슈로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6개사는 대우조선의 주식 49.3%를 취득하는 내용의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승인을 신청했다. 올해 2월 튀르키예, 영국이 승인했으며 이달 15일 일본, 20일 베트남, 21일 중국, 22일 싱가포르 경쟁당국도 심사 통과를 발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양사의 결합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이로써 지난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해외 7개 경쟁 당국 모두 양사의 결합이 자국에서 경쟁을 제한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을 내렸다. 

당초 EU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나오면 한국 공정위의 심사 결과가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공정위 심사는 길어지는 상황이다.  이 심사가 조속히 끝나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최종 인수할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3일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방위 산업 분야에서 경쟁이 제한될 우려가 있어 한화 측과 시정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방위 산업 분야에서 수직계열화가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특수선, 수상함 및 잠수함 분야의 강자이며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특수선 사업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양분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은 수상함에서, 대우조선해양은 잠수함에서 좀 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1991년 장보고급(SS-I, 1200톤급) 잠수함 1번함을 독일 기술로 건조한 경험을 살려 2~9번함을 모두 건조하며 탄탄한 건조 실적을 쌓았다.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특수선, 특히 잠수함 분야의 강자이다. 선박건조 중에서도 가장 고난이도의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잠수함을 30년 넘게 건조하고 있다"면서 "한국해군의 최신예 잠수함인 KSS-III(도산 안창호급) Batch II 물량을 전량 담당하고 있으며 후속함정 수주 역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인수로 대우조선의 취약점이었던 최대주주 이슈가 개선된 것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변 연구원은 "대우그룹 워크아웃 이후 20년 넘게 국책은행의 관리를 받으며 민간기업이지만 준 공기업에 가깝게 경영상의 제약을 받았던 동사는 이제 비로소 동종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심사 지연으로 인해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실에 다시금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방위산업과 관련한 대우조선해양의 사업적 특수성상 국가 방위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가 되는 지점이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는 신청서를 접수한 후 최장 120일까지 심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19일 한화로부터 기업결합 신청서를 접수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5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단순 계산으로는 이날까지 108일이 지난 게 맞지만 관련법상 심사관련 서류의 보완 기간은 기한에서 제외된다"면서 아직 심사기간에 여유가 있음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기업결합과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주식취득 건에 대하여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려드린다"며 "아울러 이 건 심사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서 당사회사와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여 왔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27일 해당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 입법예고를 마쳤다. 기업의 자율성을 활용해 경쟁제한적 인수합병을 신속하게 심사하기 위해 자진 시정방안 제출과 이를 통한 조건부 승인제도를 도입할 것을 밝혔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주요 경쟁 당국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현재는 어떤 방안을 선택해도 전원회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자진 시정안을 마련해 승인 받을 경우 전원회의 없이도 기업결합이 승인되도록 한 것이다. 이에 기업은 경쟁제한적 상황에서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을 받기 위해 전원회의 판단을 통해 시정조치를 받을지, 전원회의 없이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할지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매각 대상자인 KDB산업은행은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5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외국 경쟁당국 승인이 모두 완료된 상황에서 국내 공정위 심사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매우 아쉽고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관련해 공정위 측의 우려는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방위사업청에서 어느 정도 관리되는 게 맞다"면서 "이미 한화와 대우조선의 방산업체 매매 승인을 완료한 상황에서 정부가 최종 수요자로 기술, 가격 등이 강력히 관리되는 방산시장의 구조적 특성상 경쟁 저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국내 방산시장의 구조, 대우조선 정상화의 국가 경제적 중요성,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절호의 기회인 점 등을 고려해 신속한 승인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의 체질 개선을 강조한 바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월 현대중공업과 합병 무산 직후부터 경영 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대우조선 자력에 의한 정상화 가능성은 낮다"며 "체질 개선과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역량 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 해결책이라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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