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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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잦은 금융사고로 비판을 받아온 상호금융권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팔을 걷었다. 제각각인 규제 체계를 일원화하는 한편, 내부통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순환근무제 개선, 감독자 책임강화 등의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9일 ‘2023년 1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상호금융권은 그동안 잦은 횡령사고로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상호금융권 은행인 농협·수협·신협에서 발생한 횡령사고는 총 140건으로 피해 규모는 286억38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회수된 금액은 181억4200만원으로 회수율은 63.3%에 그쳤으며, 횡령사고를 고발한 경우도 76건으로 54.3%에 그쳤다. 특히 농협은 62건, 154억9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횡령사고가 발생했지만 고발률이 41.9%에 그쳐 법적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새마을금고도 마찬가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새마을금고에서 횡령·배임·사기·알선수재 등의 금융사고가 총 85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피해액은 640억9700만원으로 회수액은 225억700만원(35.2%)에 그쳤다. 유형별로는 횡령이 60건 385억58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사기 144억3100만원, 배임 103억3800만원, 알선수재 77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110명의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금융비리에 가담했는데, 이 가운데 46명이 이사장·상무·전무 등 임원직인 것으로 밝혀졌다. 

상호금융권에서 이처럼 꾸준히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느슨한 규제로 인한 취약한 내부통제체계가 꼽힌다. 실제 다른 금융사와 달리 상호금융권은 법령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가 없다. 또한, 상임감사도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대형 조합(농협·신협) 외에는 두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상호금융별로 관련법과 주무 부처가 제각각이라 규제 기준이 일원화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것은 신협뿐이며,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가 주무 부처다. 상호금융권 규제 체계를 일원화하려면 각 주무 부처의 의견을 모두 수렴·조율해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평성 있는 개선안을 도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금융위는 규제 차이를 해소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우선 상호금융별로 상이한 상임감사 선임기준을 단일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자산규모가 일정 기준 이상(농협 1조원, 신협 2000억원)인 대형 조합만 상임감사를 선임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새마을금고와 수협, 산림조합도 상임감사 선임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또한, 금융위는 법령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은 임직원에 대한 임원 자격제한 기준도 단일화해 제재 형평성을 제고하는 한편, 상호금융별로 상이한 외부회계감사 주기도 매년 시행하는 것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업권별로 다른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규정을 정비하고 총회 개의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법정적립금의 의무적립기준 및 사용범위도 조정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상호금융권의 고질적인 횡령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각 조합의 내부통제 취약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사고위험직원에 대한 순환근무·명령휴가제를 개선하는 한편, 순회감독역 운영을 내실화하고 전산상 감시시스템을 개선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상호금융권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히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새마을금고 및 신협에 대한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다수의 기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성차별·비정규직 차별 등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사례와 총 9억2900만원의 체불임금, 휴게시간 등 기본적인 노동권도 제대로 보호받고 있지 못하는 실태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고용부가 근로감독과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739명)의 22.9%가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을 직접 당하거나, 동료의 경험을 알고 있다고 응답하는 등 상호금융권 내 부당한 조직문화와 노동권 침해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상호금융권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해결을 위해 상호금융기관 및 중앙회에 대한 소관부처의 직접 제재 근거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임직원 교육 강화 ▲조직문화 개선 전담부서 신설 ▲신고·상담체계 구축 등 상호금융권의 자율적인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시스템 구축방안도 논의됐다. 

금융위는 오는 4월까지 농식품부, 행안부, 해수부, 산림청 등 관계부처 및 상호금융권의 의견을 수렴한 뒤, 개선방안을 토대로 관계 법령 등의 개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가 각종 금융사고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로 비판을 받아온 상호금융권의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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