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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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금융당국이 보험 고객들의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위해 공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기존 공시 내용을 확대해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이지만, 제도 개선 효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의 금리인하 실적에 대한 공시정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보험업 감독 업무 시행 세칙을 이날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용 상태가 개선되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춘 고객이 금융사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협회를 통해 금리인하 요구권 운영 실적을 연 2회 공시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에는 가계·기업대출을 전체를 대상으로 신청건수와 수용건수, 수용률 및 이자감면액(총액)만을 공시해 보험사가 금리를 얼마나 인하해줬는지 등에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알기 어려웠다. 게다가 수용률 산정 시 신청건수에 중복신청까지 포함돼 수용률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졌다. 

개선된 공시제도는 가계·기업대출을 신용·담보·주택담보대출 등 세부항목별로 구분해 공시하도록 했다. 또한, 수용률·이자감면액뿐만 아니라 모바일·인터넷 등을 통한 비대면 신청률과 평균 인하 금리 폭을 추가로 밝히도록 했다. 이제는 보험사가 신용 상태가 개선된 고객의 금리인하 요구를 수용한 뒤 얼마나 금리를 인하해줬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 셈이다. 

◇ 보험사, 금리인하 요구 수용 절반 수준

금감원은 이번 조치를 통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보험사의 금리인하 요구 수용률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금리인하요구제도 실효성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보다 정확한 수용률 정보와 대출 세부항목별 금리인하 실적 정보의 제공, 다양한 보조지표 활용을 통해 금융회사별 비교가 용이해지고, 거래 금융회사 선택 시 합리적 의사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사의 금리인하 요구 수용률은 높지 않다. 보험사의 경우 다른 업권에 비해 수용률이 높은 편이지만 역시 전체 신청 건수의 절반 정도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생명·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보험사의 금리인하 요구 수용률은 생보 55.37%, 손보 48.3%였다. 생보사 중에서는 동양생명이 27.6%로 수용률이 가장 낮았으며, 손보사 중에서는 한화손보(41.4%)와 흥국화재(41.7%)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보험사들의 대출금리는 대부업 못지 않게 높은 수준이다. 협회 공시에 따르면, 생보사들의 무증빙형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1월 9.61%에서 3월 9.91%로 0.30%포인트 상승했다. 손보사 또한 같은 기간 10.16%에서 10.30%로 평균 금리가 0.24%포인트 올랐다. 생보사 중에서는 한화생명이 11.54%로 금리가 가장 높았으며, 인상 폭 또한 1월 대비 1.34%포인트로 가장 컸다. 손보사 중에서는 KB손보가 12.02%로 금리가 가장 높았으며, 1월 대비 인상 폭이 가장 큰 곳은 DB손보(1.72%포인트)였다. 

보험사들이 대출금리는 높게 유지하면서 금리인하 요구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이번 공시 제도 개선으로 인해 보험 고객들의 권익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은행권의 경우 금리인하 실적 공시를 확대한 이후 수용률이 향상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9개 은행의 금리인하 요구 수용률은 지난해 상반기 24.92%에서 공시 내용이 확대된 하반기 30.68%로 5.7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단순히 보험사들을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실적에 따라 줄 세우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게다가 최근 기준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만큼, 과거 저금리 시기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이번 공시 확대로 실질적인 혜택을 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6월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를 위해 소비자 안내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번 공시 확대 조치를 통해 보험업계의 금리인하요구제도 운영이 활성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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