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비은행권 건전성 및 수익성 지표. 자료=한국은행
2022년 비은행권 건전성 및 수익성 지표. 자료=한국은행

[이코리아] 지난해 국내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하락한 가운데, 올해 업황도 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2년 상호저축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595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646억원) 대비 3689억원(-18.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리상승 덕분에 이자이익(6조7368억원)은 전년 대비 7893억원(+13.3%) 증가했지만, 부실 위험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전입액(2조5478억원)을 8356억원이나 늘리면서 수익성이 하락했다.

연체율·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 또한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권의 총여신 연체율은 3.4%로 전년말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이 각각 2.8%, 4.7%로 모두 전년말보다 1.0%포인트 올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1%로 같은 기간 0.7%포인트 상승했다. 요적립액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13.3%로 전년말 대비 0.2%포인트 하락했으며,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113.4%로 같은 기간 13.5%포인트 하락했다.

저축은행권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25%로 전년말(13.31%)에 비해 소폭(-0.06%) 하락했다. 대출 증가로 위험가중자산 증가율(17.1조원, 16.9%↑)이 순이익 증가로 인한 자기자본 증가율(2.2조원, 16.5%↑)을 상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권은 수익성·건전성 지표가 악화했지만, 업권 전체의 부실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저축은행 연체율 등은 다소 악화되었으나, 코로나19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BIS비율은 규제비율(7~8%)을 크게 상회하는 등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로나19 이전 저축은행권 연체율은 2016년 5.8%, 2017년 4.6%, 2018년 4.3%, 2019년 3.7%로 지금보다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중앙회 또한 지난해부터 급속히 불안정해진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 것이라 자평하고 있다. 중앙회는 이날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순이익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기준금리 상승 및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영향으로 저축은행 업계만에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라며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한 약 1천억원 규모의 미사용약정 한도대출에 대한 추가충당금 적립분까지 반영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중앙회는 이어 “오히려 주거래자가 상대적으로 외부충격에 민감한 저소득․저신용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영업환경 하에서도 높은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는 등 과거 위기상황 시 대비 업계의 대응역량은 월등히 제고된 상황”이라며 “리스크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위험자산 운용을 최소화 하는 등의 사전적 조치를 통해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저축은행의 올해 성과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그다지 크지 않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3년에는 작년 연말부터 이어진 비우호적인 사업여건이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금융 신규 취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저조한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또한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19~2021년 사이 실적 개선을 이끌어 왔던 주요 요인인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대출 수요 확대, 조달비용 감축, 여신 규모 증가에 따른 부실자산 희석효과 모두 반전될 것”이라며 저축은행권의 실적 저하를 예견했다. 

나신평은 이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긴축이 빠르게 이루어지며 실물경제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저축은행 차주의 신용도가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능력이 저하될 것”이라며 “이는 대손비용 상승에 따른 저축은행업계 전반의 수익성 하락과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다른 업권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4.7%로 금융권 평균(0.7%)의 7배에 달한다. 가계대출 중 고위험가구 대출 비중 또한 다른 업권(은행 7.2%, 상호금융 11.6%, 보험 12.4%)에 비해 저축은행(26.6%)이 압도적으로 높다. 저축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향후 금리가 더 오르면 대출자산 회수율이 예상보다 낮아질 우려도 있다. 

 

자료=한국은행
2022년 비은행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 현황. 자료=한국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도 저축은행권의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실제 저축은행은 금융권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를 확대해온 업권 중 하나다. 실제 지난해 9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규모는 지난 2017년말 대비 3.4배나 늘어났다. 여전사(4.2배)를 제외하면 같은 기간 저축은행보다 많이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를 늘린 비은행권 금융사는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급속도로 부동산 PF 익스포저를 늘린 만큼 위험도 커졌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 중 고위험 사업장 비중은 지난해 6월 기준 29.4%로 전 금융권에서 가장 높았다. 증권사가 24.2%로 2위를 차지했고, 그 뒤는 보험사 17.4%, 여신전문회사 11.0% 시중은행 7.9% 등의 순이었다. 

한편, 저축은행중앙회는 “저축은행에서는 작년 연말 금융불확실성에 대비하여 충분한 유동성(177.1%)을 보유한 바 있으며, 향후에도 안정적 유동성 관리를 통해 기준치를 충분히 상회하는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보유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경기둔화 여파 등 2023년도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에 대비하기 위해 심사기준 강화, 담보가치의 보수적 평가 및 대손충당금 추가적립 등을 통해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한 사전적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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