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이코리아] 보험사기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입법 논의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보험사기 수법이 점차 다양화·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관련법을 신속하게 정비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2년 보험사기 적발 현황 및 향후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818억원으로 전년(9434억원) 대비 1384억원(14.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발인원은 10만2679명으로 5050명(5.2%) 늘어났다. 

유형별로는 ‘사고내용 조작’이 6681억원(61.8%)으로 가장 많았으며, 허위사고 1914억원(17.7%), 고의사고 1553억원(14.4%)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사고내용 조작 유형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진단서 위변조, 입원 수술비 과다청구 유형이 전년(1835억원) 대비 633억원이나 불어났다. 

업권별로는 손해보험이 1조237억원으로 전체 적발금액의 94.6%를 차지했으며, 생명보험은 5.4%(581억원) 수준이었다. 허위(과다)입원·진단·장해 등 상해·질병 보험상품 관련 사기가 2021년 4319억원에서 2022년 5179억원으로 860억원(19.9%)이나 늘어나면서, 전체 적발규모에서 손해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령별로는 50대의 적발 비중이 24%로 가장 높았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보험사기 비중 또한 2021년 19.8%에서 2022년 22.2%로 2.4%포인트 늘었다. 반면 증가 추세를 보였던 10·20대 비중은 같은 기간 21%에서 17.3%로 3.7%포인트 감소했다. 

◇ 보험사기 방지법 개정안, 정치 현안에 밀려 뒷전

보험사기 규모는 매년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013년 5190억원이었던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난해까지 한해도 빠지지 않고 늘어나 10년 만에 두 배나 불어났다. 

문제는 보험사기가 날로 증가하는데도 이를 예방하기 위한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실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하 보험사기방지법)은 지난 2016년 제정된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된 적이 없다.

지난 9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는 보험사기방지법 개정안 11개를 안건으로 채택됐으나, 다른 법안에 밀려 결국 논의되지 못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달 27일에도 소위에 올랐지만, 역시 다른 법안에 밀려 논의가 연기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4건의 보험사기 방지법 개정안이 발의돼있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보험사기 방지법 개정안에는 ▲의료인 및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 관련자에 대한 가중처벌 ▲금융위원회의 보험사기 관련 자료요청권 도입 ▲보험사기 수사 컨트롤타워 설치 ▲보험사기 알선·권유 금지 ▲부당지급 보험금 환수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보험사기 예방은 민생 현안인 만큼 여야 간 이견도 없다. 실제 14건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국회의원의 수는 국민의힘 소속 7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7명으로 같다. 보험사기 방지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해단체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다른 정치 현안에 밀려 여전히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 수법이 고도화·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관련법을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험사기의 특성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보험사기는 형사・민사・행정 분야에 걸친 복합적 법적 쟁점을 야기하고, 다른 금융사기와 달리 다양한 산업분야 및 일상생활 전반에서 발생하며, 최근에는 지능화・조직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어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들은 보험사기에 대한 종합적・선제적・실효적 대응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며 “보험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내용을 확충하고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정당한 소비자의 권리 행사에 제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건전한 보험시장의 질서를 확립하고 보험사기로 인한 공영·민영보험의 재정 누수 등 국민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유관기관(수사당국, 건보공단, 심평원 등)과 공조하여 조직형 보험사기 등에 대한 조사 및 적발을 강화하겠다”며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결국 보험료를 인상시켜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일상생활에서 보험사기 제안을 받거나 의심사례를 알게 된 경우 금감원 또는 보험사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적극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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