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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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의 사의설이 돌고 있다. 2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 후보는 후보로 내정된 지 보름이 지난 22일에 열린 KT 이사회 조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내가 버티면 회사가 더 망가질 것 같다.”라고 말하는 등 고민을 토로했으며, 이에 이사진들은 회사를 생각해야 한다며 만류했다고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여권의 사퇴 압박에 진퇴 기로에 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에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연임을 포기한 데 이어 윤 후보의 사의설이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 KT 경영진 선정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관치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KT의 경영 공백 역시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경림  후보는 지난 7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 1인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당시 KT 이사회 강충구 의장은 후보 확정 사유로 “윤경림 후보는 개방형 혁신을 통한 新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이 탁월하고, KT 그룹의 DX사업 가속화 및 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후보로 확정된 뒤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 이와 함께 네트워크와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적 운용은 국민의 일상과 직결돼 있는 만큼 한 순간도 흔들림이 없도록 챙길 것이다.”라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들은 윤 후보의 차기 대표 선임에 대해 ‘찬성’을 권고한 바 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주주가치 보호’ 명분을 내세웠다. ISS는 “윤 사장은 정보통신기술(ICT), 미디어, 모빌리티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이 있고 회사의 중장기 디지털화 전략인 '디지코'에 크게 관여해왔다. KT의 사업 전략을 이끌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으며, 글래스루이스는 “내정자 명단을 검토한 결과 주주들이 우려할 만한 실질적인 문제는 없다."라고 밝혔다.

KT 새노조는 23일 성명을 내 모든 대혼란의 책임을 이사회가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새노조는 “분명한 것은 이로써 회사의 혼란은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며 윤경림 자신이 후보를 수락한 게 무책임했던 동시에 이제 와서 사퇴하는 것은 비겁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회사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는 점이다.” “우리는 현 이사회가 단순히 말로 비판 받아야 하는 선을 넘어섰다고 본다. 따라서 이에 따른 손실에 대해 배상을 포함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하며, 고의의 정도가 있다면 배임 여부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이 수사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바이다.”라고 규탄했다.

한편 KT 홍보실 측은 23일 <이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자의 사퇴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KT 관치논란이 시작된 것은 국민연금이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의 연임에 반대하면서부터였다. KT가 12월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단독 추천하기로 하자, 국민연금이 후보 선임 과정의 불투명성을 비판하며 반대입장을 밝힌 것이다. 결국 구 대표는 지난달 대표이사 연임을 포기했으며 KT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를 공개경쟁 방식으로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과거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되며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스튜어드십’이 작동되어야 한다.”라고 밝히며 국민연금의 입장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에 정부가 국민연금을 기업 통제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커졌다.

지난달 24일 검사 출신의 한석훈 변호사가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에 내정된 것 역시 관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 변호사는 과거 논문을 통해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지시를 할 경우 공단이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도 KT 대표이사 선정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구현모 현 대표, 윤경림 후보 등 KT 사내 이사진들을 ‘이익 카르텔’이라 주장하며 경영진 인선에 반대해왔다. 일부 의원들은 윤 후보를 배임 의혹이 제기된 구 대표의 ‘아바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은 여당이 민간기업의 자율성을 박탈하고 낙하산 투입을 획책하며 민영기업 KT를 ‘관치화’ 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권의 국민연금기금 장악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국민노후자금을 정권 입맛대로 활용하려는 음모를 반드시 막겠다." 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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