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칠성음료의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신 회장이 롯데칠성음료의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이사 보수 한도 증액 건도 통과됐다. 이사보수한도액 증가로 롯데칠성음료를 택한 이유는 전년 대비 22년 매출도 이익도 모두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2일 전자공시를 통해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신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포함한 모든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 회장의 롯데칠성 사내이사 복귀는 3년 만이다. 현재 신 회장이 등기이사로 이사회 의결에 참여하는 계열사는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캐논코리아 등 4곳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17년 롯데칠성 사내이사로 선임됐다가 2019년 재선임됐지만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계열사 임원 겸직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그해 12월 사임했다. 같은 해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등의 사내이사직도 내려놓았다. 

신 회장의 복귀와 함께 롯데칠성의 이사 보수 지급 한도 상향 안건도 처리됐다. 이에 따라 롯데칠성의 지난해 이사 보수 한도액은 3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55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롯데칠성 등기이사 4명의 인당 평균 보수액은 3억3200만원으로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 9명에게 지급된 보수 총액은 17억4000만원이다. 지급률은 58%다. 이사 수가 9명으로 동일한 가운데 보수 한도만 늘어난 데에는 신 회장의 이사 선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이 롯데칠성 사내이사였던 2019년 당시 신 회장은 롯데칠성으로부터 16억9400만원을 수령했는데, 신 회장이 2019년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보수 총액이 종전 한도액인 30억원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은 신 회장이 등기이사로 재직하던 2019년 보수한도를 50억원으로 설정했으나, 신 회장이 미등기 이사로 전환한 후 2020년에는 45억원, 2021년과 2022년에는 30억원으로 감액해 왔다. 

신 회장의 복귀와 함께  보수 총액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등 3개 계열사에서 54억600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신 회장이 지난해 보수를 받은 7개 계열사 중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롯데물산, 롯데지주 등 4개 계열사는 아직 사업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받은 연봉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신동빈 회장의 롯데칠성 사내이사 재선임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신 회장의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하고 과도한 겸직 등이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소는 또 이사 보수한도 증액 건에 대해서도 신 회장의 겸직에 따른 과도한 보수를 이유로 반대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신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글로벌 투자와 M&A, 사업 확장 등에 대한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롯데지주 관계자는 23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그간 롯데칠성음료의 경영 악화로 인해 이사 보수액도 낮췄는데, 이번에 성과가 좋아져서 보상차원에서 진행된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의 이사 복귀로 이사보수한도액을 늘린 것이 아니라 급여 정상화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 경영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우수 인재 영입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도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칠성음료는 생수와 제로 슈거 제품을 강화하고 건강기능식품 전문 스타트업 빅썸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등 관련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시장에서도 롯데칠성이 제로 시장에서 신제품 출시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음료시장도 인플레이션, 가격 저항 등으로 성장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칠성은 제로 시장에서 신제품 출시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주류는 리오프닝(경기활동 재개) 이후 유흥 시장이 회복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신규 출시된 새로 소주 매출액은 지난해 182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새로 판매량 추이는 올해 주류 부문에 실적 기대를 높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며 "올해 연간 새로 매출액은 10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며 소주 시장 내 시장점유율 확대가 이어져 롯데칠성 주가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도 이날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는 이날 주총에서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충격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과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성장 기회 발굴 및 효율적인 프로세스 구축 등을 통해 불확실성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칠성음료 사내 이사로 복귀한 이유가 지난해 3조원에 육박하는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올랐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2022년 매출액 2조8417억원, 영업이익 222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대비 각각 13.4%, 22.3% 상승한 수치다. 

롯데지주 역시 지난해 실적을 크게 개선했다. 롯데지주는 공시에서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4조6억 원, 영업이익 4918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2021년보다 매출 41.1%, 영업이익은 127.3% 늘어났다. 

롯데지주 측은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씨브이에스711(옛 한국미니스톱)의 사업 결합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31일에 주총이 열리는 롯데지주 역시 제4호 의안으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 올라왔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한 기업 중 흑자를 낸 기업만 이사보수한도액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영업이익이 마이너스가 된 롯데제과와 시황 악화 여파에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롯데케미칼도 주총 의안으로 각각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이 올라왔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연결기준 실적이 매출액 4조745억원, 영업이익 135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대비 매출액은 11.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6.3%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2022년 연결기준 매출액 22조2761억원, 영업손실 758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2.9%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395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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