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갈무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방준비제도 홈페이지 갈무리

[이코리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다. 최근 은행 위기로 인해 인상 폭을 축소했지만,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연준은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상한 4.75~5.0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번 FOMC를 포함해 지난해 3월 이후 9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며 물가와의 전쟁에 나선 연준은 지난해 12월 0.50%포인트로 인상 폭을 줄인 데 이어, 올해 2월과 3월 연속으로 0.25%포인트 인상에 그치며 숨을 고르는 중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물가상승 및 고용시장 과열이 계속되는 만큼, 3월 FOMC에서 연준이 인상 폭을 다시 확대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은행 위기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연이은 지역은행의 파산 배경에는 급격한 금리 인상이 놓여있다. SVB의 주 고객인 기술기업이 고금리 부담으로 예금을 인출하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SVB가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저금리 시기에 매입한 채권을 손실을 감수하면서 매각해야 했기 때문. 일각에서는 연준의 과도한 통화긴축의 부작용이 이제야 나타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다만 연준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에는 선을 그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FOMC 참석자들이 올해 중 금리 인하를 전망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며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증권가에서는 파월 의장의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그동안 성명서에서 빠지지 않았던 ‘금리인상을 지속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문구가, ‘약간의 추가 긴축이 적절하다’라는 문구로 교체됐다”며 “연준의 금리인상 싸이클은 거의 막판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이어 “연준 금리인상 부담과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는 한시름 놓아도 될 듯 하다”면서도 “그러나 주식시장이 안정적인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이르다”고 조언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또한 “3월 FOMC에서 연준이 시스템에 대한 불안에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통화당국 차원의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반면 인상 폭을 ‘베이비스텝’으로 한 것이나 최종금리를 상향하지 않고 기존 수치로 그대로 유지한 것은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매우 중요한 이슈였음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로 풀이한다”고 말했다.

공 연구원은 이어 “더구나 점도표를 통해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시기나 금리 수준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 부담을 크게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아울러 금리 인상이 종료된 이후 경기나 물가 여건의 변화에 맞춰 통화정책 기조를 재점검할 여지도 함께 남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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