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금융지주사 주총 시즌이 막을 연 가운데, 주주환원정책을 둘러싼 JB금융지주와 얼라인파트너스 간의 갈등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얼라인은 JB금융의 주주환원정책이 미흡하다며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반면, JB금융은 과도한 배당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얼라인은 지난달 10일 입장문을 통해 3월 열리는 J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 안건 상정 주주제안을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얼라인은 주당 결산배당금 900원(연간 배당성향 33%)의 보통주 현금배당을 요구했는데, 이는 JB금융지주가 제시한 주당 결산배당금715원(연간 배당성향 27%)보다 배당성향을 6%포인트 상향한 것이다. 

올해 금융권 주주환원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얼라인은 JB금융에 주주제안을 한 이유에 대해 “JB금융의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정책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얼라인은 국내 은행주 저평가의 원인은 낮은 주주환원율이라며 올해 초 7개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도입하라는 요구를 전달한 바 있다. 하지만 얼라인이 실제 주주제안에 나선 것은 JB금융 뿐이다.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JB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금융지주사의 주주환원정책에 대해서는 “이번 6개 은행들의 정책 발표는 은행, 주주,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윈-윈-윈’하는 고무적인 결과”라며 “각 은행 이사회가 주주들의 오랜 주주환원 정상화 요구에 비로소 응답했다”고 평가했다. 

얼라인의 요청을 받은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이전보다 강화된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했다.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각각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30%, 33%, 31%, 26%의 총주주환원율을 발표했다. 특히 KB금융과 하나금융의 경우 총주주환원율이 전년 대비 각각 7%포인트, 5.5%포인트나 늘어났다.

JB금융지주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전년 대비 4%포인트 늘어난 27%로 7개 금융지주사 중 하나금융과 함께 두 번째로 높다. 순이익이 감소하거나 제자리에 머문 다른 지방금융지주와 달리 JB금융은 순이익이 전년 대비 17.7%나 증가하면서 동시에 배당을 확대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총주주환원율은 아직 전체 금융지주사 중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금융지주사들은 주주환원정책의 기준이 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따른 중장기 계획도 제시했다. 신한금융은 CET1 12%를 초과하는 자본 여력은 모두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며 올해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최고 40%로 제시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 또한 각각 CET1 13%, 13.5%를 초과하는 자본은 주주환원에 사용하기로 했으며,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중장기 주주환원율 목표로 50%를 제시했다. 우리금융은 CET1을 12% 수준으로 관리하며 매년 총주주환원율 30% 이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방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DGB금융은 CET1 비율을 세 구간으로 나눠 자본보완구간(11~12%)에서는 총주주환원율 30%를 목표로 점진적으로 상향하기로 했고, 적정자본구간(12~13%)과 목표상회구간(13% 이상)에서는 각각 30~40%, 40% 이상을 목표로 하기로 했다. BNK금융 또한 “보통주자본비율 등을 감안하여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을 최대 50%까지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JB금융 또한 지난해 실적발표에서 목표 CET1 비율을 13%로 제시하며 이를 초과한 자본은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CET1을 12~13% 수준에서 관리하되, 12%를 넘는 경우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구체적인 중장기 총주주환원율 목표는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얼라인은 JB금융의 주주환원정책이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얼라인은 지난달 17일 JB금융에 발송한 2차 공개주주서한을 통해 CET1 구간에 따라 10.5% 이상에서는 최소 30%, 11~12%에서는 35%, 12~13%에서는 40%, 13% 이상에서는 50%의 주주환원율을 목표로 할 것을 요구했다. 얼라인은 “모호한 표현으로 주주들이 향후 JB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 비율, 자산 성장률, 주주환원율의 추이를 합리적으로 추정하기 어렵다”며 “JB금융 이사회가 심도 있게 검토한 후 자본배치 및 주주환원정책을 재발표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반면 JB금융은 얼라인의 주장대로 배당을 확대하면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실제 JB금융은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대해 “이러한 과도한 배당제안은 재무건전성 유지 및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대비 필요성, 장기적·지속적 성장을 위한 투자 필요성, 배당과 주주환원 수준의 안정적 성장 필요성 등 고려 시 당사 기업가치와 전체 주주 이익증대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JB금융은 이어 “JB금융은 꾸준히 배당성향 확대를 실현해왔으며, 올해 이사회 배당안에 따른 배당성향은 전년 대비 4.0%포인트 상승한 27.0%”라며 “이는 동종업계 대비 최고 수준이며, 기존 배당 정책 공시를 충실히 준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실제 JB금융의 배당성향은 4대 금융을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JB금융의 배당성향은 지난 2016년 5.4%에서 지난해 27%로 5배나 늘어났을 정도로 증가 속도도 빠르다. 다만 일각에서는 애초에 JB금융의 배당성향이 지나치게 낮았기 때문에, 빠르게 상향할 여력이 있었던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JB금융과 얼라인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최근의 전황은 JB금융 측에 유리해 보인다. 금융당국이 잠재적 부실리스크 대비를 위해 금융지주사에 대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만큼, 얼라인의 요구를 반대할 이유가 뚜렷하기 때문. 게다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최근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JB금융의 배당성향이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만큼 얼라인의 주장을 정당화할 근거가 부족한 데다, 지나친 배당확대가 오히려 주주이익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 또한 얼라인의 주주제안에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자문위는 “(얼라인의) 주주제안인 이익배당 900원은 배당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판단한다”며 “이사회 안인 715원이 적정 배당”이라고 말했다. 

한편, JB금융은 오는 30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주요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금융권에 주주환원 바람을 몰고 온 얼라인과 JB금융지주 간의 갈등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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