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대한항공이 오는 22일 열릴 정기주주총회 의안으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제출했다. 이와 관련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배주주 임원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 및 독립적인 보수 심의 기구 부재"라며 반대를 권고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공시에 따르면 주총 의제 가운데 대한항공의 제5호 의안(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이사 보수한도를 전기(50억 원)보다 40억 원 증액한 90억 원으로 상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연봉이 1년 새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 회장은 당해 51억8416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대한항공에서 23억8786만원, 한진칼에서 27억9630만원을 수령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보수총액이 51.1% 증가했다.

대한항공이 실적 회복으로 지난해 하반기 임원 급여를 정상화하면서 조 회장의 급여도 오른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도 지난 2014년 이후 동결됐던 임원 보수를 지난해 4월 상향 조정했다. 

앞서 대한항공의 임원들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부사장급은 전체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각각 반납해 왔다. 조 회장도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월 급여의 절반을 받았는데 하반기부터 급여가 정상화되며 지난해 전체 급여는 전년 대비 큰 폭 늘었다.

일각에서는 조 회장의 급여가 과도한 것이 아니냐며 아시아나 합병 승인 후 독과점이 될 경우에는 더 심해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해당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는 의견을 냈다. 지배주주 임원에 대한 과도한 보수 지급과 독립적인 보수 심의 기구가 부재하다는 이유에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2009년부터 매해 한국의 주요 상장기업에 대한 주총의안을 분석, 찬반 의견이 수록된 보고서(proxy report)를 작성하고 일부 주요회사에 대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측은 "2022년 실제 지급된 보수 총액은 40.5억 원으로 이 중 59%는 조원태 이사에게 지급됐다. 조원태 이사의 보수(급여와 상여 합계 23.8억 원)는 차상위자인 우기홍 대표이사의 보수보다 4.36배 높다"면서 "조원태 이사는 한진칼에서도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2022년 27.9억 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계열회사에서 겸직하며 복수의 회사에서 보수를 받는 임원에게 다른 대표이사보다 4배가 넘는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임원들과 비교해 지배주주 일가인 임원에게만 과도하게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합리성과 공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며, 조원태 이사의 보수는 과도하게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이어 "회사는 보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보상위원회 활동 내역을 보면 주주총회에 올릴 이사보수한도를 승인하는 것 외에 다른 활동이 없어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합리성과 공정성을 결여하여 책정된 이사보수한도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의 과다성에 대한 명백한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데 총수 임금의 합리성과 공정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주선 연세대 경영대학원 산업협력교수는 17일 <이코리아>와 통화에서 "애초에 대표이사와 총수의 성과를 '합리적'으로 따질 방안이 없는데 합리성을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공정성과 합리성이 있으려면 기여도에 따른 임원들의 평가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기준이 존재하지 않지 않느냐"며 "조 회장의 말 한 마디가 우 대표이사의 1년 성과보다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주주회사인 그룹 총수의 보수에 대해 합리성과 공정성을 따지는 것은 경영학적으로 유인합치적(incentive compatible)이지 않다. 예를 들어 기업이 경영자에게 막대한 스톡옵션을 주는 이유는 경영자가 최선을 다해 돈을 벌어 주주와 인센티브가 일치하게 만들기 위함"이라며 "주주회사에서 급여나 스톡옵션같은 보상으로 회사의 이득을 극대화하려는 유인책이 총수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총수뿐만 아니라 소수주주들 모두에게 피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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