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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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다. 최고경영자(CEO) 교체 등 굵직한 안건이 기다리는 가운데, 배당 절차 개선 및 사외이사 교체 등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7일 BNK금융지주를 시작으로 23일 신한금융지주, 24일 KB·하나·우리금융지주, 30일 JB·DGB금융지주 등이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주요 안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NH농협금융지주는 아직 주총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이슈... 회장은 교체, 이사회는 그대로?

올해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가장 주목되는 이슈는 ‘지배구조’ 문제다. 정부가 소유구조가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금융사를 강조했기 때문. 실제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30일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 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합리성 제고를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이날 “소유가 분산돼 지배구조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수 있는 경우에는 절차와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 곧 주주총회가 열릴 8개 금융지주사 중 절반은 CEO를 교체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조용병 회장이 ‘깜짝’ 용퇴를 결정하면서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손태승 회장이 세대교체를 이유로 연임을 포기하면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한 상태다.

BNK금융지주는 김지완 회장이 자녀 관련 의혹으로 조기사퇴한 뒤 내부 출신인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낙점했고, NH농협금융지주도 연임을 포기한 손병환 회장의 후임으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선택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기가 만료된 금융지주사 CEO는 모두 물갈이가 된 것. 정부가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선언하자 금융권의 연임 관행도 급격히 사라지게 된 모양새다. 

반면 이사회 구성의 변화는 미미한 편이다. 실제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중 85%에 해당하는 28명이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데, 새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는 7명으로 25%에 불과하다. 연임이 예정된 사외이사 중 상당수는 과거 부실 사모펀드 환매중단 및 채용비리 사태와 관련해 책임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셀프 연임’ 관행이 가능했던 것은 CEO에 장악당한 이사회가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거수기’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CEO만 교체되고 이사회 구성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금융사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최근 발표한 4대 금융지주사 관련 보고서에서 일부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과거 대형 사고와 관련해 대응이 미흡했다며 유임 자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깜깜이 배당’ 개선 나선 금융지주사

올해 금융지주사 주주총회의 또 다른 핵심 안건은 ‘배당’이다. 우선 지난해 신한·KB금융에 이어 올해는 하나·우리금융이 분기 배당을 위한 정관 변경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4대 금융지주 모두 배당금을 결정한 뒤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 절차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손볼 방침이다. 

기존에는 대부분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한 뒤 이듬해 봄 주주총회에서 배당 금액을 결정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배당금을 얼마 받을지 모르는 채 투자를 결정하고 이후 이뤄지는 배당 결정을 그대로 수용해야만 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31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배당 여부 및 배당액을 결정할 주주를 정하는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받을 주주를 정하는 ‘배당기준일’을 분리해 주주총회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상법 제354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금융위는 3・6・9월 말일 주주를 배당받는 주주로 정한 현행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분기배당 절차도 배당액을 먼저 확정한 뒤 배당기준일을 정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배당 문제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곳은 JB금융지주다. 앞서 JB금융지주 지분 14%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결산 배당을 주당 900원까지 증액하고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JB금융은 배당성향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지속가능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 과도한 배당성향 확대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손해가 될 수도 있으며, 주주이익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주당 715원을 제안했다. 또한 김 후보자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관련 법령에 따라 사외이사 전원이 포함된 독립적인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고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있다”며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후보는 충분한 후보자 검증 및 선정절차를 거치지 않았기에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평가 할 수 없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시한 주주환원책을 JB금융이 거부하면서 이번 주총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얼라인파트너스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JB금융 이사회에 주요 쟁점들과 관련해 주주총회 전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며 “JB금융의 주주제안 설명자료에 게시된 백테스트의 세부 가정이 포함된 엑셀 시뮬레이션 스프레드시트를 즉시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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