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다 피차이 트위터 갈무리
순다 피차이 구글 CEO = 트위터 갈무리

[이코리아] 순다 피차이 구글 CEO의 리더십이 시험받고 있다. AI 경쟁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쟁자들에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빙 챗’을 출시하고 각종 검색 스타트업도 AI를 도입하면서 AI 기반 검색시장이 부상하고 있지만, 기존 검색시장의 강자였던 구글은 AI 검색의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 1월 구글은 전체 직원의 6%인 1만 2천 명을 해고했으며, 미국과 유럽은 연일 구글을 포함한 빅테크를 향한 규제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2023년은 구글에게 힘든 한 해가 되어가고 있다.

포브스는 10일 순다 피차이가 '평화의 시간'에는 걸맞던 CEO였지만 AI 전쟁이 가열되며 비판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경쟁자들이 AI를 무기로 구글의 검색시장에 도전하는 현재 시점에서 경쟁사, 투자자, 업계 관계자들은 피차이가 구글이 처한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는 CEO인지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노스스타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 님릿 강은 순다 피차이에 대해 “매우 강력한 운영자이긴 하지만 전략적 사고와 비전을 지닌 사람은 아니다.” “회사는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단기적인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스스로 혁신해야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보기에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상무이사 댄 아이브스는 구글이 현실에 안주해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AI 경쟁은 높은 판돈의 포커 게임이며, 지금까지 구글은 패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구글은 접근 방식을 바꿔 AI 시장을 쫓을 수 있는 리더십으로 구성된 군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테크 저널리스트이자 기가옴의 창업자 옴 말릭은 지난달 8일 자신의 누리집에 ‘구글에 새로운 CEO가 필요한가’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바드의 시연 이후 시가총액 1,000억 달러가 하락한 점은 바드가 급하게 발표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며 구글이 AI 분야에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말릭은 이런 상황에서 구글 이사회는 피차이가 회사를 운영할 적임자인지, 아니면 떠나야 할 때인지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직 구글의 임원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를 ‘평시 CEO의 전형이자 정수이며 정점’이라고 평가했다. 평시 CEO는 전설적인 벤처 투자자 벤 호로위츠가 지난 2011년 만든 구분으로, 그는 CEO를 ‘평시 CEO(Peace time CEO)’와 ‘전시 CEO(War time CEO)’ 두 종류로 분류했다. 평시 CEO는 핵심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큰 우위를 누리며 회사를 성장시키지만, 전시 CEO는 임박한 실존적 위협에 맞서 싸우는 장군과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글의 상황에는 순다 피차이와 같은 평시 CEO보다는 전시 CEO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순다 피차이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구글 부사장급 임원 12명이 그에 대해 “중요한 결정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임원들의 피드백이 무시되는 것 같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2013년부터 구글에서 근무해온 노엄 바딘은 지난해 2월 회사를 떠나면서 “왜 구글을 떠나느냐는 질문보다 왜 이렇게 오래 머물렀느냐는 질문이 더 적절하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할수록 혁신과 도전은 악화할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에 대한 비판은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지난해 6월 뉴욕타임즈는 “피차이의 리더십 때문에 구글 내 분열과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전, 현직 구글 임직원들은 피차이의 무기력한 관료주의와 대중의 인식에 대한 지나친 집착 등으로 고통 받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지난달 구글의 AI 챗봇 ‘바드’의 발표 이후 구글 내부 커뮤니케이션 누리집 ‘밈젠’에서 그를 비판하는 내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부실했다’ ‘서둘렀다’와 같은 비판이 바드의 발표 이후 이어졌으며 “구글답지 않았다. 장기적인 전망으로 돌아가라.”라는 게시물은 구글 내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한 게시물은 “피차이 CEO의 리더십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는 근시안적이고 구글답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또 다른 게시물은 “1만 2천 명을 해고하면 주가가 3% 상승하는데 급하게 인공지능을 시연하면 주가가 8% 하락한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반면 피차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그가 CEO에 오른 뒤 구글의 직원 수는 약 두 배로 늘었으며, 알파벳의 기업 가치는 세 배로 오르는 등 큰 성장을 이룬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AI 도입이 느리긴 하지만 수년간의 머신러닝 연구 개발, 수십 년간의 사용자 데이터, 제품 확장 실적 등 여전히 AI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AI에 대한 피차이의 신중한 접근 방식이 옳다는 의견도 있다.

피차이와 15년간 일했다는 시저 센굽타 전 구글 부사장은 “그가 더 빨리 결정을 내렸다면 좋았겠지만, 그의 생각은 대부분 옳았다.”라고 평가했다. 또 익명의 구글 직원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훌륭한 전시 CEO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그는 아직 전쟁에 나가보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순다 피차이는 2004년 구글에 입사해 ‘구글 크롬’의 개발을 주도했으며, 2014년에는 구글의 모든 제품을 총괄하는 부사장에 올랐다. 이후 구글이 모회사 알파벳을 설립하면서 기존 경영진들이 자리를 옮기자 2015년 8월에 구글의 CEO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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