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코리아] 국민의힘을 이끌 새 당 대표로 ‘친윤’(친윤석열) 인사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이 선출됐다. 김기현 체제의 국민의힘이 내부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대통령에게 기운 당정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24만4163표(52.93%)를 얻어 4명의 후보 중 과반으로 1위를 차지하며 새 당 대표로 선출됐다. 2위 안철수 후보는 10만7803표(23.4%)를 얻었으며, 그 뒤는 천하람 후보 6만9122표(15.0%), 황교안 후보 4만222표(8.7%) 등의 순이었다. 

김 대표는 이날 수락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 승리가 당 대표의 책무라며 “당원 동지들과 함께 민생을 살려내 내년 총선 승리 반드시 이끌어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 국민의힘 전당대회, 핵심 키워드는 ‘김기현’ 아닌 ‘윤석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전당대회’를 검색하지 8일부터 10일까지 총 809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집계됐다. 날짜별로 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 8일 가장 많은 396건의 기사가 보도됐으며, 이후 기사량이 점차 감소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련 기사에 가장 많이 언급된 연관키워드는 새 당 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의 이름이었다. 이는 이번 전당대회가 당권을 둘러싼 ‘친윤’ 대 ‘비윤’의 대결 구도로 인식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언론은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당원들이 대통령실과의 관계가 원만한 ‘안정형 후보’를 선택한 것이라 해석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한층 강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전당대회를 김 대표가 아닌 윤 대통령의 승리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 서울신문은 8일 기사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의 당선에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사실상 윤 대통령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서울신문은 이번 전당대회 결과에 대해 “당원들이 표를 몰아준 배경에는 무엇보다 ‘윤심’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정권 교체를 위해 윤 대통령을 선택한 당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윤심’이 실린 김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라며 “ 대통령실의 전대 개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정일체’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또한 9일 기사에서 “친윤계의 지지를 일방적으로 받았던 김기현 의원이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것은 ‘안정적인 당정관계’에 대한 당원들의 열망이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라며 “윤심의 당 장악력이 높아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익명의 초선의원을 인용해 “친윤을 대표해 출마한 김 의원이 1차에서 과반을 달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안정 궤도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8~10일 보도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8~10일 보도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련 기사의 연관키워드. 자료=빅카인즈

◇ 언론이 지목한 윤-김 체제 향후 과제는?

일부 매체는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정관계가 대통령에게 크게 기울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한겨레는 8일 사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친윤 인사로 채워진 것에 대해 “가뜩이나 제구실을 못해온 집권 여당이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할 우려가 더 커졌다”며 “(전당대회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통령실의 경선 개입 논란이 전대를 흔들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는 곧바로 김 대표의 짐이자 과제이기도 하다. 대통령과 ‘윤핵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당선된 그가 당정 관계에서 제 목소리를 내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뜻을 무작정 추종하는 거수기 노릇만 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또한 9일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 친정 체제로 재편된 여당은 밀착된 당정 관계 속에서 국정을 지원할 조건을 갖췄다”면서도 “그러나 한편으론 대통령이 장악한 여당이 민심과 동떨어져 독주할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민심에 귀를 열고 대통령과 소통하는 당정 관계로 재정립하는 게 김 대표의 가장 큰 과제”라며 “김 대표는 투기 의혹과 대통령실 개입 의혹 등을 해소하고 당 통합에 나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을 괴롭혀온 내부갈등을 극복하고 당내통합을 이루는 것이 김 대표의 최우선 과제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국민일보는 9일 사설에서 “경선은 윤심 논란으로 시작해 땅 투기 의혹과 막말 공방을 거쳐 대통령실 행정관 선거 개입 논란으로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의 의중과 다르다는 이유로 일부 인사들에 대한 공격도 거셌다”며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이어 “김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논란성 발언을 자주 했다. 경선이 친윤과 비윤이라는 소모적인 구도로 흐른 것에 대한 책임도 크다”며 “경쟁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깊어진 갈등을 정리하지 못한다면 안정적인 당 운영이 불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이 당내통합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선일보는 9일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 승리 직후 이준석 사태로 석 달 넘게 내홍을 겪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정운영이 흔들렸다”며 “가까스로 혼란을 수습하고 전열을 정비하나 싶었는데 전당대회가 시작되자마자 계파 싸움이 또 시작됐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당내에서 아무리 서로 싸워도 국민이 볼 때는 같은 당일 뿐”이라며 “윤 대통령이 먼저 낙선한 후보들을 만나 보듬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윤석열-김기현 체제로 당정관계가 정비가 완료된 만큼 다음 순서는 야당과의 협치라는 이야가도 나온다. 경향신문은 9일 사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지도부를 찾아뵙고 민생을 살리기 위한 과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다는 김 대표의 발언을 전하며 “관건은 윤 대통령과 여당의 변화”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윤 대통령은 사라진 ‘통합’과 ‘협치’를 다시 살려내야 한다. 여당 직할 체제에 안주했다가는 국정 운영도, 시민의 삶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야당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 협조 없이 정부 정책을 실행할 입법은 불가능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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