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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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리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어두운 전망이 계속되는 가운데 추가 하락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시장 하락 속도가 느려지면서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와, ‘바닥론’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론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급격한 금리상승의 여파로 인해 국내 주택시장은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전국)는 지난해 7월(104.8)까지 횡보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이후 급락해 지난 1월 기준 98.2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19% 하락한 수치다.

부동산 시장의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 9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높아진 금리수준과 주택가격 하락기대, 주택경기 순환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과거 주택경기의 순환국면을 보면 주택경기 둔화·하강 국면은 평균 3년 내외 지속된 것으로 분석됐다”며 “다만 이번 순환주기 상 회복·상승 국면이 이전보다 길고 가팔랐던 점은 하락 국면을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높은 지속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주택가격 하락기대 심리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주택가격의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매매·전세가격의 동반 하락도 주택경기 둔화 및 디레버리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어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 주택 물량은 임대인들이 이자 및 전세금 반환 부담 증가로 매도에 나서는 경우,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며 “매매가격이 기존 임대차 계약의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질 경우에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부동산 시장의 하락 속도다. 일각에서는 주택가격 하락 속도가 느려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올해 1~2월은 집값 떨어지는 속도가 둔화돼 금융안정 측면에서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의 즉각적인 반등은 어렵더라도 연착륙 가능성은 커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한 1·3 대책 이후 거래량이 반등한 것은 ‘저점 도달’의 근거로 볼 수 있지만, 공급물량 및 미분양 증가와 전세가격 하락 등 이를 ‘일시적 반등’으로 해석할 근거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택스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 중이나 공급 요인에서 침체가 우려돼 이 점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지금과 같은 시장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의 반등은 추세적 방향으로 보기에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에는 물가 안정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영향이 컸던 만큼,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 필수적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높아진 주택가격의 금리 민감도를 고려할 때,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통화정책 방향이 중요한 변수”라며 “향후 인플레이션이 안정화되면서 올해 중순 미국 및 우리나라의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경우, 시중금리가 다소 안정화되면서 주택가격에 대한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늘어나고 있는 미분양 주택 물량도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나신평은 “미분양 물량의 빠른 증가는 그 자체로 큰 위험요인일 뿐 아니라, 주택구매자들의 추가적인 가격 하락 심리를 자극하여 주택가격 하락세를 지속시킬 수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통해 분양가격을 높아진 금리 수준을 반영한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면서, 미분양 물량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할 경우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나신평은 “부동산개발사업의 특성상 상당 부분의 미분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사업계획을 이연하거나, 분양가격을 대폭 인하하는 의사결정이 어렵다”며 “부동산개발사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정부의 지원에 대한 낙관적 기대로 인해 과도한 고분양가를 고수하는 경우, 미분양 물량의 지속적인 증가가 주택가격의 하방압력을 가중시키면서 경착륙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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